러 전쟁 물자·병력 채우고… 北은 외교 고립·제재 우회 돌파 [北·러 군사 밀착 강화]

北, 러에 특수부대 파병 정황

양국 6월 체결한 조약 통해 지원 약속
푸틴 하원에 효력 발생 비준 법안 제출
우크라전 사용 러 포탄 절반이 北 제공
北 파병 대가로 군사기술 등 받을 수도
러 “北 침략받을 경우 모든 군사적 지원
南 한반도 긴장 고조 도발 행동 멈춰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고자 북한이 보낸 병력으로 3000명 규모 대대급 부대를 편성 중이라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16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물자 공급을 원하는 러시아와 한·미·일의 압박에 따른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우회하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측의 군사협력이 한층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자원입대 서명하는 北 청년들 북한은 16일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이후 한국에 복수하겠다며 자원입대하는 청년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국에서 청년 140만명이 입대·복대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다는 관측은 5일 우크라이나 언론이 우크라이나군 미사일 공격으로 북한군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한 직후부터다. 북한과 러시아는 6월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통해 모든 군사적 수단으로 쌍방을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월 9일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 김금철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인민군 군사교육일꾼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8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접촉이 활발했지만, 북한군 인사들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이미 군을 파병 중인 상태였거나 파병을 위한 실무적인 협의 단계였을 가능성이 있다.

 

북·러 간 조약은 비준서를 교환하지 않아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조약 체결 이전부터 북한은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포탄을 공급해왔다. 서방 측 정보기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쓰는 포탄 중 절반이 북한에서 제공된 것으로 판단할 정도로 북한의 군수물자 제공 물량은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전쟁 기간 병력의 추가 확보를 위해 체첸인을 동원했으며, 시리아 등에서 ‘자원병’을 확보하려 시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파병은 러시아의 물자 소모와 병력 손실을 모두 채워주는 효과가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힘을 얻는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공격한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일대나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되어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KN-23과 포탄을 비롯한 북한산 무기의 유지·보수를 맡거나 후방 지원, 지뢰 설치·제거, 파괴된 시설의 복구 등도 담당할 수도 있다. 북한은 파병을 대가로 군사과학기술이나 원자재, 반도체, 식량 등을 러시아로부터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5월 발사를 시도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체가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북한군 장병들이 2020년 10월 10일 밤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북·러의 이 같은 군사협력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유엔 안보리로부터 수차례 제재를 받아왔다. 특히 2006년 1차 핵실험과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 1874호를 통해 북한과의 모든 종류의 무기와 관련 물자의 이전 및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북한이 공격받을 경우 양국이 6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북한에 군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루덴코 차관은 1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국이 한 행동들은 한반도 안정을 해치고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도발 행동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위험한 전개이고, 이제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침략 행위가 발생하면 우리 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전날 국가두마(하원)에 비준을 위해 제출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3·4조를 언급했다.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체결된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3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고 되어 있으며,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 법에 준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하원에 조약의 효력 발생을 위한 비준 법안을 제출했다. 러시아에서 조약은 하원과 상원의 비준을 거쳐 대통령이 비준서에 서명하고 조약 당사자가 비준서를 교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은 타스통신에 “(북·러조약) 비준은 조약이 단순한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중대한 국제법적 문서로 작용한다는 신호”라면서 “군사기술 분야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결의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