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씨 “김 여사 카톡 2000장”… 이런 협박 언제까지 봐야 하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을 공개하며 큰 논란을 불러온 가운데, 명씨는 어제 그런 캡처본이 2000장 넘게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로, 그중에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체리 따봉’도 있다고 한다. ‘체리 따봉’은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쓰이는 이모티콘으로, 윤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씨는 그러면서 “내일부터 계속 올릴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제는 명씨를 통해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라는 김 여사의 문자가 공개됐다. 문자 속 김 여사는 ‘오빠’라고 부르는 인물을 두고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깎아내리며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썼다. 대통령실은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후 문맥, 과거 인터뷰 내용을 보면 용산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초에는 여사가 언급한 오빠를 “김 여사 오빠”라고 했던 명씨도 CBS 노컷뉴스 기자와 다시 만나 “내가 농담한 것”이라며 “오빠는 윤 대통령”이라고 했다.

 

한 뉴스매체를 통해 명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듯한 녹취록도 터져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으로 있던 명씨와 여론조사 실무를 담당한 강혜경씨 간 통화 내용이다. 명씨는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강씨에게 윤 대통령 지지율이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도록 결과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미공표용 여론조사 데이터라고 하지만 다른 공개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명씨는 얼마 전 “내가 입을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 가면 한 달 만에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명씨는 유력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금품이나 이권을 챙기려는 전형적인 정치 브로커의 행태를 보인다. 그런 그가 대통령 부부와 여권 전체를 공개 협박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착잡하다. 용산의 어설픈 대응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명씨와 윤 대통령이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고 교류도 별로 없었다는 해명부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명씨 파문은 자칫 윤 정부의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 용산과 김 여사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 진실부터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