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주중대사는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중 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적 방중 여부에는 “중국의 (방한) 약속 이행이 먼저”라며 선을 그었다.
정 대사는 이날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 주석이 2022년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방한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지난해 9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중국에) 왔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며 “아직까지 명확히 된 것은 없지만 에이펙에는 주로 시 주석이 참여해왔기 때문에 내년 경주에서 에이펙이 열리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사는 ‘내년 방한의 디딤돌 측면에서 윤 대통령이 에이펙 전 중국에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지적에는 “중국 측 약속이 먼저 지켜지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
정 대사는 최근 악화 조짐이 보이는 북·중 관계 관련 국민의힘 김건 의원의 질의에는 “미묘한 징후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70여년간 북·중 관계를 돌아보면 매우 악화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한반도 긴장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여기에 대해 중국 정부와 의견을 나눈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저뿐 아니라 각급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도발과 북·중 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한반도 이슈에 대해 긴밀하게 이야기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지난 3월 자신의 갑질 의혹 관련 보도 등에 관한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의 지적에는 “대사관의 완벽한 인화를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갑질 의혹) 녹취를 들어보면 폭언도 막말도 갑질도 없었고, 그게 어떻게 ‘제보’로 언론에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정 대사의 후임자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내정된 상황에서 귀국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 대사는 재임 기간 중국 측 인사와의 접촉을 소홀히 했다는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진정한 평가는 현시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자료에 기반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