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피터 알 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코리아는 안철현 대외협력총괄 부사장이 대신 출석한다고 밝혔는데, 애플 측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듣기 어려운 ‘맹탕 국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덴우드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17일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유서에서 “17일 주간에 애플 본사 경영진과 중요 미팅 참석이 예정돼 있다”며 “해당 미팅은 오래전에 확정됐기에 현시점에서 일정을 갑자기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덴우드 대표는 또 애플 본사의 사내 변호사를 겸직하며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점도 불출석의 이유로 들었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달 30일 덴우드 대표를 17일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와 21일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한 바 있다. 국회는 17일 덴우드 대표에게 최근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애플의 입장과 후속 조치 등을 질의할 예정이었다. 지난 8월 카카오페이가 중국 알리페이와 애플에 개인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유출한 사실을 금융감독원이 적발해 현재 제재 절차를 밟고 있고, 개인정보위원회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애플코리아는 안 부사장이 대신 출석해 답변한다는 입장이지만, 안 부사장이 의사결정의 총책임자가 아닌 만큼 제대로 된 질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덴우드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의혹의 국내 피해가 5억건에 달할 수 있는 만큼 애플의 입장을 듣고자 했는데, 어떠한 설명도 없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유감”이라며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국정감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국회는 21일 국정감사에선 덴우드 대표에게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에 대한 대책을 질의할 예정이다.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을 다운받을 때 애플이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한 후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면서 앱 개발자의 수입이 줄고 소비자들의 이용료는 올라가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덴우드 대표는 21일 국정감사 증인 출석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22년에도 국회는 인앱결제 문제와 관련해 덴우드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대신 안 부사장이 출석했다.
애플코리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대상 국정감사에 법인세 회피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던 낸시 메이블워커 구글코리아 대표도 사유서를 내고 불출석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해외법인 대표들의 국회 불출석은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며 “국민을 대표해 기업들에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는 국회 기능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강민수 국세청장은 이날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다국적 기업의 세무조사 방해행위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등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 확산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발맞춰 과세 인프라를 보강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