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농진청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돌발 해충이 증가하고, 발생 양상도 다양해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충 발생 면적은 2013년 4151㏊에서 2022년 3만382㏊로 급증했다.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신속한 예찰과 방제가 중요하지만, 현재는 사실상 인력에 의존해 발생 정도만 확인하는 실정이다.
농진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산대·비엔에스(BNS)코퍼레이션과 공동으로 노지 밭작물 해충을 유인해 발생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AI 기반 ‘무인 예찰 포획장치(트랩)’를 개발했다.
무인 예찰 트랩은 성 유인 물질(페로몬)로 해충을 유인, 포획해 확보한 이미지를 AI로 인식한 뒤 종류와 마릿수 등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포획장치 안에 부착된 환경 감지기(센서)는 온도·습도·풍향·풍속·조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해충 유입 방향도 추적할 수 있다. 수집한 정보는 별도 포획장치 관제 시스템에서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현재는 무인 예찰 트랩으로 콩에 해를 입히는 파밤나방·담배거세미나방·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등 3종을 예방 관찰할 수 있다. 농진청은 추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포획장치 관제 시스템과 연계해 방제 시기를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농진청 연구진이 2년간 현장 검증한 결과 무인 예찰 포획장치의 정상 영상 수신과 포획량 판별 정확도는 90% 이상으로 높았다. 기존 포획장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사람이 관찰포를 직접 찾아 해충 발생을 조사하는 기존 인력 의존형 예찰과 비교해 노동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현장 활용성도 높다. 기존 수동장치 방식을 무인 예찰로 대체한다면 조사 지점당 연간 약 200시간의 노동시간과 1077만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기 예찰로 적기에 해충을 방제함으로써 농작물 피해를 줄여 식량 안보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트랩에 적용된 기술은 이미 여러 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자동 포집 모듈을 포함하는 해충 유인 트랩’, ‘해충 이미지 획득이 가능한 해충 유인 트랩’ 등 4개의 기술특허와 국가통합 인증, 국제표준화기구 인증, 유럽 통합 규격인증 등을 받았다.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는 올해부터 시험 재배지에서 나방류·노린재류 예찰에 무인 포획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포획장치 구조 변형과 유인 물질 장기 활용, 해충군 다양화 등으로 연구를 확장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 신기술 시범사업을 통해 콩 관찰포에 해충 무인 예찰 포획장치를 도입하고,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과 연계해 활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해충 발생과 피해 상황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20∼2022년 기후변화로 감귤 해충 5종이 새로 확인됐다.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침입성 해충을 포함한 침입종으로 연간 4230억달러(약 583조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연간 200종씩 새 종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이와 관련, 정병우 식량원 남부작물부장은 “무인 예찰 포획장치는 해충 발생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데이터와 연계해 해충의 이동 경로를 해석하는 데도 유용한 기술”이라며 “각 지역 관찰포 현장에서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노지 스마트 농업 자동방제 기술도 연계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