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에 한국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도로폭파 보도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 개최 후 헌법개정 사실 첫 공개

북한이 17일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폭파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헌법에 한국을 적대국가로 명시했다고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주장한 남북 두 국가론을 뒷받침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북한 황해도 개풍군 주민들이 지난 16일 해안 철책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15일 남부 국경의 동서부 지역에서 한국과 연결된 우리측 구간의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 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개헌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개헌의 주요 사항을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했는데 생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남한을 더 이상 통일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 올해 1월 헌법 개정을 지시한 바 있다. 민족, 평화통일 등 통일 관련 표현 삭제와 영토 조항을 신설할 것으로 관측됐다. 김 위원장은 주권 행사를 주장할 영토, 영해, 영공 조항 조항을 만들라고 지시함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해상 국경선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후 개정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남북 연결 육로∙철도 폭파 사실을 보도하며 일부 내용을 이날 공개한 것이다.

지난 15일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 모습. 뉴스1

북한은 지난 9일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뒤, 15일 실제 폭파에 나섰다. 그러면서 요새화 공사 사실을 유엔군사령부에만 통보했다. 남측과의 대화는 거절하면서 미국과 직접 소통하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의 방법으로 완전 폐쇄했다”며 “폐쇄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요새화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들은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공위성·미사일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