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진보진영은 2014년 조희연 전 교육감 당선을 시작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4연승을 이어갔다.
정 후보는 당선무효형을 받고 직을 상실한 조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 1년 8개월을 채우게 된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 후보는 50.24%의 득표율로 45.93%를 얻은 보수진영의 조전혁 후보를 앞섰다.
◆조직력 앞서…‘조희연 계승’
정 후보의 승리에는 진보진영 단일화, 윤석열정부 심판론, 교육정책 연결성 선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조기숙 전 이화여대교수, 방재석(필명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와 단일화를 이룬 데 이어 본후보 등록을 마쳤던 최보선 전 서울시교육의원과도 뒤늦게 단일화에 성공했다.
보수진영도 단일후보를 추대했지만 독자노선을 걷는 윤호상 후보가 ‘중도보수’를 표방하면서 표가 분산됐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23.5%로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각 후보의 조직을 흡수한 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는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 조 전 교육감의 핵심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했다. 조 전 교육감의 궐위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진보진영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전임 교육감이 추진했던 혁신 교육의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정 후보는 ‘오지선다’ 식 학력평가보다는 학생 개별 잠재력을 키워주는 맞춤형 학습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학력 강화를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대학 간 협업으로 ‘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하고, 시험 없이도 학생의 학습 능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서울형학습나침반’을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역사사회학자로서 교육청 내 역사위원회, 역사교육자료센터를 만드는 등 역사 교육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과 청년 시설부터 막역한 사이
정 후보는 역사 사회학자로 전남대·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임하면서 과거사 문제 등을 연구해왔다. 조 전 교육감과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1년 차이 선후배(75, 76학번)로, 청년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 해직교사 부당 채용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직을 잃은 것에 대해 “(조 전 교육감이) 법적인 절차를 잘못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시대적 아픔을 치유한다는 맥락에서는 누구도 비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교육감이 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의도를 보면 (재판부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교육감의 주요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현재 교육 과정은 규제 일변으로 되어 있어 교사가 숨을 쉴 수 없다”며 “교사가 주도적인 권한을 갖고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교육하자는 것이 혁신학교의 기본 취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