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 반대 활동가, 처벌 위기 놓이자 프랑스 망명 신청

일본 고래잡이 어선 조업 방해 혐의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붙잡혀 구금
일본으로 송환되면 징역 15년 가능

일본 고래잡이 어선의 작업을 방해한 혐의로 인터폴에 의해 수배된 미국인 동물 보호 활동가가 일본에서 재판을 받을 처지에 놓이자 프랑스로 망명을 신청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 해양보호 단체 ‘씨셰퍼드’(Sea Shepherd) 창립자인 폴 왓슨(73)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정치적 망명 의사를 전달했다. 왓슨은 일본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인터폴 수배 상태였는데, 지난 7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혀 구금 중이다. 일본 정부는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왓슨의 신병을 넘길 것을 덴마크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구금 중인 캐나다계 미국인 환경운동가 폴 왓슨(왼쪽)이 일본으로의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기 위해 현지 법원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왓슨이 갑자기 망명 시도를 하고 나선 것은 구금 기간이 오는 23일까지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왓슨이 일본으로 인도돼 재판을 받으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검찰에 따르면 왓슨은 2010년 남극해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고래잡이 어선에 무단으로 승선해 선체를 훼손하고 선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등 조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왓슨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은 아무 죄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왓슨은 캐나다계 미국인으로 출생지는 캐나다 토론토다. 1969년 해양에서의 핵무기 실험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환경보호 운동에 뛰어들었다. 유명한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에서 오래 활동하며 특히 해양동물 보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인 수단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그린피스 지도부와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1977년 그린피스에서 제명됐다. 한때 왓슨은 자신을 “그린피스 창립자 중 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다녔으나 그린피스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다.

프랑스 시민들이 지난 9월 파리에서 캐나다계 미국인 환경운동가 폴 왓슨을 체포한 덴마크 정부를 비난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왓슨의 망명을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린피스와 결별한 왓슨은 새롭게 씨셰퍼드를 만들고 그 수장으로 활동 중이다. 물개 등 해양동물 사냥 현장에 갑자기 나타나 어선을 부수거나 선원을 때리는 등의 행동으로 1980년 이후 수 차례 체포와 구금을 반복했다. 1992년 노르웨이 고래잡이 어선을 아예 침몰시키려고 시도한 것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다수의 환경 단체 관계자들은 동물을 보호하려는 왓슨의 선의(善意)는 이해하나 그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