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을 구할 기생충/ 스콧 L. 가드너·주디 다이아몬드·가버 라츠/ 브렌다 리 그림/ 김주희 옮김/ 코쿤북스/ 1만9000원
기생충은 긍정적인 단어로 묘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흡혈귀, 무임승차자, 약탈자, 아첨꾼, 식충이 등 최악의 집단으로 여겨진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들은 처음에 아이를 가르치고 가사를 도맡고 운전해주며 부유한 가족을 돕는다. 결국 숙주인 부유한 가족이 주인공들의 도움에 의존하게 되고, 그 후 이들의 관계가 독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듯 숙주에게 해만 되는 듯 보이는 기생충을 왜 알아야 할까.
기생(寄生)은 숙주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의 관계는 공생(共生) 혹은 상생(相生)인 경우가 많다. 특히 ‘숙주―기생충’ 관계에서 중요한 요점은 숙주와 기생충이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숙주가 죽으면 대개 기생충도 죽는다. 따라서 기생충은 어떻게든 숙주를 살려 놓아야만 한다.
기생충이 숙주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기생충은 환경 조건이 변화하는 혼란하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 숙주가 적응하도록 돕는다. 숙주의 면역계를 자극해 낯선 미생물을 물리치거나, 숙주가 섭취한 낯선 먹이가 에너지로 전환되도록 돕는 등 숙주의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구상 모든 자연 생태계에서, 생물 군집이 더불어 사는 방법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로 기생충을 꼽는 건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