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정치·기득권 거부감에… 美 정치판 흔든 신좌파

미국이 불타오른다/레이나 립시츠 지음/권채령 옮김·송인근 해설/롤러코스터/1만8500원

 

201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단숨에 스타가 된 의원이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일명 ‘AOC’ 얘기다. 민주당 거물 정치인과 공화당 후보를 차례로 낙마시키며 29세에 하원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바로 ‘미국 좌파’의 새 얼굴로 떠올랐다. AOC의 승리에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 도전하는 등 그동안 좌파의 길을 닦아온 버니 샌더스와 풀뿌리 진보단체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버니 샌더스에 공감했던 이유는 ‘같은 처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장을 따고도 학자금 대출을 짊어지고 바텐더로 일하며 의원 월급을 받기 전까지는 워싱턴에서 월세 아파트도 구하기 어려운 처지” 말이다. 샌더스는 자신과 같은 형편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전 국민 의료보험, 대학 무상교육, 최저임금 인상, 공공주택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을 정책으로 앞세우며 밀레니얼 세대의 환호를 받았다.

레이나 립시츠 지음/권채령 옮김·송인근 해설/롤러코스터/1만8500원

신간 ‘미국이 불타오른다’는 버니 샌더스와 AOC로 대변되는 정치인, 풀뿌리단체와 활동가 등 현재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신좌파(New Left)’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들 지지층은 여성과 유색인종의 비율이 높고, 연령도 낮다. 더 괜찮은 삶을 위해 빚을 내어가며 대학 졸업장을 따도 극심한 취업 경쟁에 내몰리고, 가까스로 변변찮은 일자리나마 구해도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한 밀레니얼 사회주의자들의 전형이다. 이들은 9·11 테러·기후위기·코로나19 등 불안한 시대를 통과하며 기능을 상실한 정치와 기득권에 밀착한 민주당의 부패를 목격했기에 정치인을 구원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도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사회변화에 이바지할 기회에도 목말라한다.

미국 좌파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다양한 지역과 여러 층위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능력이 뛰어나고, 지역사회와 인연이 깊은 이들은 고립된 개인이 두려움과 불안을 털어놓으며 서로 연결돼 관심을 모을 수 있도록 활동한다. 사회주의·급진주의에 담긴 뿌리 깊은 거부감을 가진 유권자 공략을 위해 ‘사회주의자’라는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기도 한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높고도 많다. 리더 발굴, 정책과 정치의 연결, 지속 가능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조직, 노조와 관계 재점화 등이 이들의 과제다. “좋은 의도와 훌륭한 후보, 열정적인 지지자라는 요소를 모두 갖춘 운동도 혼자서 하루아침에 미국 정치 지형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확실한 길이라 해도, 때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는 공동체의 책무이자 끝이 없는 프로젝트다. 반동주의자와 합의주의자들이 봉기를 진압할 수는 있어도 끓어오르는 마음까지 꺾을 수는 없다. 그 다짐이 우리의 힘이자 의무고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는 권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