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굴뚝 산업’이라는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까. 수년 전부터 산업계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제조업 위주 경제구조를 바꿔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나아가 서비스산업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7일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수출동향 및 국제경쟁력 진단’ 보고서에서 한국의 서비스수출 비중이 2000년 이후 15∼16%에서 정체됐다며 새 수출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상품 수출은 세계 8위였고 서비스수출 규모는 세계 18위에 그쳤다. 또 최근 10년간 한국의 상품 수출액은 연평균 13.1% 증가세를 보인 데 비해 서비스수출액은 1.7% 증가에 머물렀다.
한국 서비스산업의 TSI는 2013년 마이너스 0.030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0.097로 하락하면서 수입 편중도가 심화했다. RSCA는 2013년 마이너스 0.136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0.205로 하락해 경쟁력이 비교열위에 가까워졌음을 드러냈다.
그나마 콘텐츠, 정보기술(IT) 등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은 강화돼 희망을 품게 한다. 개인·문화·여가업종은 한류 콘텐츠 수출 호조에 힘입어 주요 11개 서비스업종 중 유일하게 수출특화와 비교우위로 동시 전환됐다.
이날 현대카드가 국내 금융권 최초로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수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현대카드는 일본 3대 신용카드사인 SMCC(Sumitomo Mitsui Card Company)에 AI 소프트웨어 ‘유니버스’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SMCC 관계자는 “철저한 검증과정을 통해 현대카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 및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측은 이번 수출이 한국 금융사 중 첫번째 ‘테크 기업으로 업의 전환’ 성공 사례라고 자평했다. 한 관계자는 “비밀 조항에 따라 수출액을 정확히 공개할 수 없으나 계약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하며,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