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년 반의 수사 끝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불기소’로 마무리 지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넘게 수사하며 김 여사를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조사도 뒤늦게 이뤄지는 등 소극적 수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 고발을 접수한 2020년 4월부터 김 여사를 최종 불기소 처분한 이날까지 약 4년6개월 간 사건을 쥐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하에서 김 여사를 각각 2년씩 수사한 셈이다. 그 동안 이성윤·이정수·송경호·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총 4명이 이 사건을 지휘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2020년 11월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김 여사의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영장을 기각했고 이후에도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두 차례의 서면조사와 한 차례의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이정수 전 중앙지검장 당시 수사팀은 2021년 11월 김 여사에게 서면 질의서를 보냈고, 김 여사는 1개월 뒤 수사팀에 15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수사팀이 2021년 10~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사건 관련자 9명을 기소한 시점이다. 당시 수사팀은 “자금제공자 등 공범 수사와 관련해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의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유예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5월 송경호 중앙지검장이 취임하면서 수사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사건이 다시 주목받은 건 지난해 2월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재판부가 권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인정하면서다. 이에 중앙지검은 권 전 회장을 다시 소환조사하며 다시 수사에 불을 지피는 듯했다. 하지만 검찰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고,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7월 김 여사에게 2차 서면질의서를 보내기도 했으나, 1년 여 간 답변도 받지 못했다.
올해 5월 대대적인 검찰 고위급 인사로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새로 취임한 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에 대한 첫 대면조사가 이뤄졌다. 대면조사 전 김 여사는 2차 질의서를 받은 지 1년여 만에 50쪽 상당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대면조사였지만,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가 이뤄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지난 9월12일 관련 사건 2심 법원은 권 전 회장 등 9명을 전원 유죄로 판결했다. 검찰은 김 여사를 대면조사한 지 약 3달 만인 이날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수사를 종결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의 명의자)이며, 이 사건의 계좌주 중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며 “(김 여사를 직접 압수수색 하는 대신) 주가 조작 관련자들에 대해 총 73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김 여사와 최씨의 계좌를 집중 추적했다”고 설명했다. 2차 서면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1년 뒤에 받은 데 대해선 “답변을 안준다고 해도 검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과 관련해선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대면조사는 처음이며,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수사를 왜 안했느냐는 비판에 대해선 억울한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에 1차 서면조사가 이뤄졌고 김 여사를 그때 처분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선 “1차 서면 답변서에 ‘미래에셋계좌를 직접 운용했다’는 내용 등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내용이 있어서 대면조사를 통해 (김 여사에게) 증거를 보여주며 확인해야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포괄일죄 여부와 관련해 최종 사실심인 2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