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는 맞아도 돼” ‘숏컷 20대 알바女 폭행사건…‘여성 혐오’ 첫 인정 판결

가해 20대 ‘징역 3년’
경남 진주시의 한 편의점에서 남성이 편의점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할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경남 진주에서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편의점 여성 점원을 페미니스트라며 무차별 폭행한 남성 A(24)씨에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여성 혐오 범죄’라고 인정했다.

 

창원지법은 앞선 15일 남성 A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인 징역 3년을 유지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시 한 편의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A씨는 해당 편의점에서 일하던 B씨의 머리카락 길이를 두고 문제 삼았다. 숏컷 헤어스타일을 한 B씨가 페미니스트라고 본 것이다.

 

A씨는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B씨를 폭행했다. 또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 C씨도 폭행했다. A씨의 폭행에 B씨는 병원에서 영구적 청력 상실 진단과 보청기 착용을 권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날 항소심에서 피해자 2명 모두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손상을 입었고, 심신미약 인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1심 구형과 같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이 아닌 3년을 유지하면서도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과 여성단체는 ‘심신미약이 인정된 것은 아쉬우나, 판례에서 처음으로 여성혐오 범죄를 인정했다는 건 고무적이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B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이경하 변호사는 “페미니스트 여자는 맞아도 된다'며 여성혐오에 근간한 피고인의 범행 경위를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로 명확하게 포섭해줬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라고 밝혔다.

 

경남여성회 등 경남여성 단체에서도 “피해자의 심각한 피해 상황과 함께 판결문에 여성 혐오 범죄라는 점이 명시된 점은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B씨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의미한 판결이 내려져서 기쁘다”며 “근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사건이 알려진 직후 2심 선고가 이뤄질 때까지 제게 연대해 주신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한편 A씨의 폭행을 말리다 크게 다친 C씨는 의상자로 인정됐다. 지난달 12일 진주시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상자 인정 직권 청구 심사 결과 의상자로 C씨를 최종 인정했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 행위로 구조 행위를 하다가 사망이나 부상을 입었을 때 지정된다.

 

C씨는 당시 사건으로 안면부 골절상과 함께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C씨는 창원 시민으로 당시 잠시 볼일을 보러 진주에 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특히 병원과 법원을 오가는 탓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으며, 이로 인해 일용직을 전전하는 등 생활고에 빠졌다.

 

보건복지부는 C씨는 직무 외 시간에 범죄행위를 제지하다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했다. 의상자는 부상 정도에 따라 1등급부터 9등급까지 구분되는데, A씨는 9등급을 받았다.

 

의상자로 지정된 C씨는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각각 지원을 받게 된다. 국가로부터는 보상금을 지급받고 의료급여와 교육보호, 취업 보호 등에 혜택이 발생한다. 또 국립묘지 안장과 공직 진출 지원, 주택 특별공급 기회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