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전 제기됐던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라 신와르의 사망설이 확인됐다. 이스라엘의 강경기조에 정면대응하던 강경파의 핵심 신와르가 사망하며 1년을 넘게 이어온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신베트(국내 정보기관)가 1년간 추적한 끝에 어제(16일) 남부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 테러조직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장관도 성명에서 “작년 10월 7일의 학살과 잔학행위에 책임이 있는 대량 살인범 야히야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에 살해됐다”고 전했다. 카츠 장관은 “이는 이스라엘이 이룬 커다란 군사적, 도덕적 업적이자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의 사악한 축에 맞선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몇 년 동안 가자지구 작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인) 인질의 귀환과 하마스 통치의 교체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테러리스트 3명이 사살됐다”고 밝혔으며 이 중 1명이 야히야 신와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N12,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한 건물에 하마스 무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총격한 뒤 내부로 진입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이 신와르와 닮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확인을 위해 유전자정보(DNA) 검사를 진행했고 사망이 확인됐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인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한 하마스의 대표적 강경파 인사다. 지난 7월31일 하마스 수장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된 뒤 신와르가 뒤를 이어 오히려 하마스의 강경기조가 강화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런 신와르가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1년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에 중대한 분수령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내걸고 가자지구에서 강도 높은 군사작전을 벌여온 끝에 하니야에 이어 신와르까지 사망하면서 하마스도 조직 운영과 통치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미국 등도 신와르 사망 뒤 하마스 조직 내에 발생할 혼란 가능성을 의식한 듯 일제히 “항복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향해 “이제 나와서 인질들을 풀어주고 손 들어 항복할 때”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신와르의 사망이 악화일로였던 중동 상황에 변화를 가져올 “새 기회”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는 이제 10월7일 같은 또 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한 뒤 “오늘은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좋은날”이라며 반겼다. 그는 “이제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기회가 왔다”면서 “신와르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으나 이제 그 장애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신와르 제거를 축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유럽 주요국은 신와르 사망 확인 뒤 일제히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야히야 신와르는 10월7일의 테러 공격과 야만적인 행동의 주요 책임자였다”며 “프랑스는 하마스가 붙잡아둔 모든 인질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신와르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을 파괴하고자 했던 잔인한 살인자이자 테러리스트였다”고 규정한 뒤 “하마스는 이제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마침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가 이날 신와르 피살과 관련해 “저항정신이 더 거세질 것”이라며 하마스의 강경대응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