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적국 한국에 거침없는 물리력 쓸 것”… 합참 영상 무단 사용도 반박

‘남한 무인기 평양 침투설’을 주장하며 연일 한반도 내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이 한국을 ‘적국, 타국’이라 부르며 거침없는 언어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촬영 영상을 무단으로 썼다는 지적에는 외신 보도 영상을 썼을뿐이라고 콕 집어 반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해 이틀 전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육로 폭파를 언급하며 “단순한 물리적 폐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거침없이 사용하겠다”고 위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조선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남북 육로를 완전히 차단한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져 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철저한 적국인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때 물리력이 더 이상의 조건 여하에 구애됨이 없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선고”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이미 천명한 대로 만일이라는 전제조건하에서 우리의 공격력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동족이 아닌 적국을 향한 합법적인 보복 행동으로 된다”고 강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지휘소에서 군단장으로부터 적의 동향을 보고받고, 전투 대기태세로 전환한 관할 여단 준비상태를 점검한 뒤 군사행동 계획을 담은 중요문건을 검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주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13일 국경선 인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한 바 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김 위원장은 대형 지도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다. 지도 상단에는 흐리게 처리했지만 '서울'이라는 문구가 식별돼유사시 2군단이 서울을 공격할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 뒤로 보이는 대형 TV 화면에 띄워진 한반도 지도에도 비무장지대(DMZ)와 비슷한 위치에 파란색으로 굵게 선을 그어놓은 게 눈에 띈다.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은 합참 촬영 영상 무단 사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김 부부장은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면서 “미국 NBC 방송, 폭스뉴스, 영국 로이터통신과 같은 세계 각 언론이 보도한 동영상 중 한 장면을 사진으로 썼다”며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한이 동해선 육로를 폭파했다고 17일 보도하면서 내놓은 사진은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가 촬영한 영상을 무단으로 캡처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동해선 폭파 장면(왼쪽)과 합동참모본부가 촬영한 동영상 속의 유사 장면(오른쪽) 비교. 조선중앙통신·합동참모본부 제공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촬영한 것이 각도나 구도상 직관적으로 보이고, 북한의 의도에도 잘 맞아 쓴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의 방송사나 통신사가 보도한 영상을 쓴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게 김여정의 주장이지만, 이들 외국 언론사는 합참이 제공한 영상을 보도에 사용하고 출처 또한 명확히 밝혔다. 결국 출처 없이 보도한 북한 매체는 합참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한 셈이 된다.

 

앞서 합참 이성준 공보실장은 전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합참이 공개한 영상을 북한이 무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북한 주민에게 알리긴 알려야 하는데 그쪽 지역에서 사진을 못 찍었거나 잘못 나왔거나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이 실장의 이런 언급에 대해 "대한민국 것들은 참으로 기괴망측한 족속들이라고 말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며 "우리가 단행한 폭파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썹에 얼마나 엄중한 안보위기가 매달렸는지 사태의 본질은 간데없고 '사진론난'을 불구는 행태가 진짜 멍청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부부장의 이 반응에 대해 “철도도로 폭파조치가 안보위기에 대한 대응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라며 “폭파 후 콘크리트 요새화한 것은 안보위기에 자위적 조치를 한 것으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김 부부장의 연속적 담화에 담긴 평양 무인기 사건은 ‘기-승-전-적대국 한국’으로 귀결된다”며 “무인기 사건을 내부 체제 결속용, 대남 측면에서 적대 국가 굳히기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