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책, 도서관서 1분당 3권 대출…시·소설 판매도 '껑충'

소설가 한강의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후 전국 도서관에서 한강의 책이 1분에 3권 꼴로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열풍’으로 서점가에서는 시·소설 등 문학 작품의 판매도 덩달아 수십배씩 뛰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전국 공공 도서관의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달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한강 작가의 저서를 대출한 사례는 총 1만1356건”이라고 18일 밝혔다. 전국의 공공 도서관 1499곳에 소장된 한강의 작품 20종을 살펴본 결과다.

 

노벨상 수상이 발표되기 전인 10월 5∼9일 닷새간 공공 도서관에서 한강의 책을 빌린 사례는 총 805건이었다. 이 수치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인 10∼14일 1만1356건으로 1310.7% 늘었다. 수상 전과 비교하면 14배에 달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1분당 평균 3권꼴로 대출된 셈”이라며 “수상 다음 날에는 대출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한강의 책이 독차지했다”고 밝혔다.

 

노벨상 발표를 전후해 가장 많이 빌려본 책은 ‘채식주의자’(창비)였다. 2016년 영국 맨부커상 국제 부문(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10∼14일 총 1382건 대출됐다. ‘소년이 온다’(창비)의 대출 건수는 1178건, 최신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는 1152건이었다. 연령별로 대출 현황을 보면 40대(2629건), 50대(2195건), 30대(1895건) 순이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작품들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 열풍’은 다른 문학작품에 대한 관심도 밀어올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독서 관련 해시태그가 늘고 독서 스터디나 필사 모임 등도 증가하고 있다. 대형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이후인 10일∼16일 한강 작가의 책을 제외한 국내도서 전체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다. 

 

특히 노벨문학상 영향으로 문학 구매자가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한강의 저서를 제외한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은 전년 대비 49.3% 증가했다.

 

한강의 책을 사면서 다른 문학 작품을 함께 구매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강의 책을 주문하면서 함께 산 소설 1위는 양귀자 작가의 ‘모순’으로 10∼16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21.1% 급증했다. 1998년 발표된 ‘모순’은 올해 꾸준히 판매 순위권에 오른 작품이다.

 

한강이 언급하거나 읽었다고 알려진 책들도 주목받고 있다. 노벨상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이 공개한 한강 작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10∼16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5배 증가했다. 한강이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에게 추천했다고 알려진 ‘긴 호흡’과 ‘올리브 키터리지’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00%, 2466.7% 늘었다.

 

2014년 ‘지금 나를 만든 서재’ 기획을 통해 한강 작가가 공개한 ‘내 인생의 책 5권’도 주목받고 있다. 임철우 작가의 단편 소설집 ‘아버지의 땅’, 파스테르나크의 자전적 에세이 ‘어느 시인의 죽음’, 보르헤르트의 유작 ‘이별 없는 세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판화가 카테리네 크라머의 ‘케테 콜비츠’의 총 판매량은 20배(1985.7%) 가량 증가했다.

 

한강이 노벨상 수상 직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읽었다고 언급한 국내 소설가의 신작 2권도 함께 빛을 보고 있다. 조해진 작가의 ‘빛과 멜로디’는 판매량이 138.9%, 김애란 작가의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은 93.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