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적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지연 등 위기 속에 노동조합이 인사 및 성과 보상 제도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초기업노조(초기업노조)는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의 위기는 삼성 직원만의 위기가 아닌 대한민국 재계 전반에 영향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혁신적 시도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혁신적인 시도의 첫 번째 제안으로 챗GPT 사용 제한을 전면 해제해달라며 “세계 일류가 되려는 회사는 당연히 최상의 툴을 사용하고 트렌드에 맞게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공지능(AI)을 받아들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해제해달라”고 했다.
인사 제도 및 성과 보장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도 언급했다. 초기업노조는 “현재 신인사제도 이후 승진의 메리트, 보상 등이 사실상 전무해져 일해야 할 이유를 직원들이 찾지 못하고 있다”며 “최소한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 폐지, 역할에 맞는 적정한 승진체계를 통해 동기부여와 연봉 인상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결을 밝혔다.
성과 보장 제도에 대해서는 “기본급을 높이고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진정한 성과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봉 구조를 개선해달라”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같은 새로운 보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OPI는 매년 1월에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삼성전자의 성과급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초기업노조의 공문은 삼성 노사가 임금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현재 전국삼성전자노조(점삼노)가 교섭권을 가지고 삼성전자 사측과 임단협 본교섭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말 집중 교섭이 결렬된 이후 대표교섭권을 상실했던 전삼노가 교섭권을 다시 확보하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노사는 이번 교섭에서 앞서 체결하지 못한 2023~2024년 임단협과 2025년 임단협 모두를 협상한다.
전삼노는 근무시간과 휴가, 복지 등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비롯해 사업장 안전 대책 마련, 최근 위기 상황에 대한 경영진의 대응 방안 마련 등을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상황에서 경영진들이 장기 성과금 수 천억원을 받은 점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전삼노에 이어 두번째로 큰 노조인 초기업노조도 성과 제도 개선 목소리를 내면서 사측이 어떤 방안을 고민할지 주목된다.
일간에선 안팎의 위기 속에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 삼성전자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전삼노는 다시 절차를 밟아 대규모 파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