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 “불법 이민자 송환 위한 새 법안 긴급 마련돼야”

경기 침체 속 반이민 정서·극우 확산… 각국 내부 혼란 가중
“사실상 추방, 제3국에의 외주화 조처” 국제 인권단체 비판

이민자 문제로 인한 혼란에 직면한 유럽연합(EU) 국가 정상들이 불법 이민자의 본국 송환을 위한 새로운 입법안을 촉구했다.

 

EU 27개국 정상들은 17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을 통해 불법 이민자의 본국 송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새로운 입법안이 필요하다며 “외교·개발·무역·비자 정책을 포함해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단호히 조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스페인의 구조선에 의해 인접 항구로 견인된 작은 나무배 안에 아프리카 난민들이 가득한 모습. EPA연합뉴스

당초 예고된 대로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이민정책 의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 반이민 정서가 고조되고 이와 맞물려 극우 세력까지 확산하는 등 국내 정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심지어 본회의에 앞서 오전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주재로 이민정책 논의를 위한 ‘미니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회의에는 네덜란드, 헝가리, 그리스 등 10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다만, 불법 이민자 송환을 위한 세부적인 방법론을 두고는 회원국 간 이견을 보였다. 특히 제3국에 ‘이주민 송환 허브’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의 경우 일부 회원국 반대로 공동성명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이 구상은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3국에 있는 일종의 임시 수용시설에 이송해 머물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망명 신청이 거부되고도 EU를 떠나지 않는 불법 이주민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이는 이탈리아와 알바니아가 협정을 맺고 최근 가동하기 시작한 이주민센터 구상을 본뜬 것으로, 사실상의 ‘추방 대책’이자 이주민 문제를 제3국에 외주화하는 조처라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비판한다.

 

독일은 EU 회원국들이 이미 합의한 신이민·난민 협정의 조기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협정은 회원국간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수용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돈이나 지원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 예정 시기는 2026년 6월이다. 반면 네덜란드, 헝가리는 ‘난민 의무 수용’에 반발하며 이행 거부를 예고하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정상들은 러시아, 벨라루스 등 제3국의 ‘이주민 도구화’에 대응하겠다면서 “예외적인 상황에는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폴란드 및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한 회원국에 연대를 표명한다”고도 적시했다. 최근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통제하기 위해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일시적으로 막겠다고 선언해 논란을 빚은 폴란드를 지지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