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어제 최고위원회를 열어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의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탄핵소추의 절차와 시기는 원내 지도부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막말과 조롱도 쏟아냈다. 이재명 대표는 “어제(17일)는 대한민국 법치 사망 선고일”이라고 비난했다. “도둑을 지키라고 경비로 고용했더니 경비가 떼도둑이 됐다”고도 했다. 하루 전에는 김민석 최고위원이 검찰을 향해 “김건희의 개”라고 비하했다.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빌미로 다음 달 ‘김건희 특별법’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이 대표 1심 선고를 겨냥한 저급한 정치 공세가 아닐 수 없다. 심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의혹 수사가 끝날 무렵인 지난달 임명돼 수사 지휘에서 배제돼 있었다. 검찰총장 탄핵소추가 헌법상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총장 탄핵시도는 헌정사에서 7차례 있었지만 한 번도 국회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하지만 기관장이나 검사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170석의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 의결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대표 수사를 담당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도 추진 중이다. 막가파식 입법 폭주를 하라고 국민이 표를 몰아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대표가 “대한민국 법 사망 선고일” 운운한 것도 소가 웃을 일이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걸핏하면 재판을 지연하려 하거나 법치를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 이 대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재판에서 검찰이 각각 징역 2년, 3년을 구형한 이후 원색적 발언을 연일 뱉어내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선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 왜곡죄 신설을 위한 형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 수사를 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이 인정됨에도 기소하지 않은 경우 피의자·피고인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증거를 은닉·불제출·조작한 경우, 증거해석·사실인정·법률적용을 왜곡한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게 골자다. ‘미운 검찰’ 힘 빼기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지나치다.
지금 김건희 특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우호적이다. 민주당은 불기소 처분 이후 더 세진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피해갈 수 있는 상설특검도 공식화했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사전 압박 성격이 짙다. 문제는 특검과 상설특검 추천권을 일방적으로 독식하려는데 있다. 민주당의 새 김건희 특검법에는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갖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그대로 살아 있다. 민주당은 또 국회 추천 몫에서 국민의힘 추천을 아예 배제하는 내용의 상설특검 국회 규칙 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선수가 심판을 고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특검의 묘수를 찾는 게 정도일 것이다. 민주당이 ‘룰’을 바꿔 입맛대로 특검을 추진하면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임명을 무기한 미룰 게 뻔하다. 또다시 소모적 정쟁만 이어갈 순 없지 않겠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해 놓은 상설 특검법 취지에 반하는 상설특검도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