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적법성을 놓고 법원의 2차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할 경우 고려아연의 자사주 확보는 어려워지고 지분 싸움에서 MBK·영풍 측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고려아연의 배임 소지, 임의적립금 사용 가능 여부가 이번 가처분 결정을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쟁점1: 배임 vs.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 심리로 18일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양측은 다시 충돌했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사수를 위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한다. MBK·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간 모든 주주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적립한 이익금을 여기에 사용하려 한다”며 “이는 배임 행위”라고 했다.
이 대리인은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0년간 (1주당) 30만∼55만원을 유지해왔는데 최 회장은 89만원에 매수하려 한다”며 “이는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는 매수 종료 시점에 1조3600억원이 넘는 손해와 3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 측은 MBK·영풍 측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한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M&A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잡으면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보다는 배당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주식의 실질 가치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리인은 “영풍도 공개매수가를 83만원까지 올렸는데, 83만원은 실질 가치에 부합하고 (고려아연 공개매수가인) 89만원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MBK·영풍 측은 이미 한 차례 법원에 자사주 취득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일 이를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이미 법원이 MBK·영풍에서 펼치는 배임 주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기각한 것이라며 새 가처분 결정에서도 이길 것이라 본다. 고려아연은 전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지난 2일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2차 가처분도 이길 것이라 확신하며 규정된 절차에 따라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쟁점2: 자사주 매입에 회삿돈 어디까지 쓸 수 있나
23일까지인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가장 큰 변수다. 1차 가처분 결정 때도 양측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특수관계 탓에 공개매수는 위법하다’는 주장대 ‘적대적·약탈적 M&A 방어’라는 논리로 대립했는데, 재판부는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당시도 이번과 같은 재판부인 민사50부였다.
다만 이번에는 첫 번째 결정 때와 달리 고려아연이 미래 투자에 써야 할 돈을 자사주 공개매수에 쓰는 것을 법원이 인정할지 살피게 된다. 고려아연은 배당가능이익에 임의적립금을 포함시켰는데, 이 또한 이번 가처분 결정에서 또 다른 쟁점이다. 임의적립금이란 기업이 번 돈의 일부를 적립한 금액으로, 투자와 배당 등에 쓸 수 있다. 고려아연 임의적립금은 지난 6월 기준 6조원을 넘는다.
고려아연은 배당가능이익으로 자사주 매입 후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식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데 이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MBK·영풍 측은 배당가능이익에서 임의적립금을 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고려아연은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규정이 상법에 없어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의 임의적립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가처분 결과는 지난 2일 가처분 결과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 재판부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23일 종료되는 만큼, 최대한 빨리 기록을 검토해 21일에는 결정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1차 가처분 결정 때와 달리 법원이 MBK·영풍 측 손을 들어준다면 서둘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를 장악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