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물 빼돌리고 뒷돈 받고… 비위 경찰 징계는 ‘솜방망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금품을 몰래 빼돌리거나 유흥업소에서 뒷돈을 받은 경찰관들이 잇따라 적발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6일 같은 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1억원이 넘는 압수물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남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정모 경사도 불법 도박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3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긴급체포돼 1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절도 혐의로 정 경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달 초엔 강남서 소속 B 경위가 강남의 유흥업소 관계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직위 해제됐다. B 경위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생활질서계에서 풍속 업무를 하면서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종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C 경위는 공금 1억원가량을 자기 계좌로 수차례 이체한 혐의로 입건됐다. 5월엔 전남 완도경찰서 소속 D 경위가 도박장에서 압수한 현금 3400만원을 빼돌려 파면되기도 했다.

 

1∼4월 징계 처분을 받은 경찰관만 150명에 달한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 기간 파면 12명, 해임 14명, 강등 6명, 정직 50명 등 82명이 중징계를 받았고, 감봉 33명, 견책 35명 등 68명이 경징계를 받았다. 국가공무원법상 중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경징계는 감봉·견책으로 구분된다. 징계 사유별로는 품위 손상이 8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규율 위반 44명, 금품 수수 13명, 직무 태만 11명 순이었다.

 

비위 경찰관에 대한 징계 처분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현행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공무원은 1266명으로 나타났다. 위반 법률로는 형법이 49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로교통법(346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174명), 특정범죄가중법(44명) 순이었다. 성폭력처벌법(37명)과 성매매처벌법(7명), 스토킹처벌법(7명) 등 성범죄로 기소된 경찰관도 다수였다.

 

기소된 경찰공무원 2명 중 1명은 징계를 받지 않거나 경징계를 받았다. 404명(31.9%)이 징계를 받지 않았고, 감봉이 106명(8.4%), 견책이 121명(9.6%)으로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경징계 이하 처분을 받았다. 공직 퇴출에 해당하는 파면과 해임은 각각 71명(5.6%)과 124명(9.8%)이었다.

 

최근 경찰서 내에서 횡령 등 범죄 행위가 이뤄지면서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동작경찰서 범죄예방대응질서계에서 근무하던 행정관이 유실물로 접수한 교통카드 500여장 잔액 8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7월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경찰은 수뇌부 대상으로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8일부터 8일간 전국 경찰서의 압수된 현금을 중심으로 증거물 관리 현황을 전수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