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가 18일(현지시간)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범죄인 인도 집행을 정지했다.
현지 매체 비예스티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헌재는 보도자료를 통해 “(범죄인 인도) 집행 정지 요청이 승인됐다”며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헌법 소원 신청자인 권도형의 범죄인 인도 허가에 대한 결정 절차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권씨 측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본안 결정 전에 범죄인 인도 절차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낸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고 전했다.
전날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권씨의 송환 결정이 이미 내려졌으며 20일 전에 서명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보조비치 장관은 사건의 세부 사항이나 권씨의 인도 국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신은 권씨를 원하는 미국이나 한국 중 어디로 그가 인도될지 주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권씨의 인도를 요청한 국가는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다. 지난 9월 몬테네그로 대볍원은 하급 법원에서 확정됐던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파기하고 법무장관에게 범죄인 인도 허가 결정권을 부여했었다. 보조비치 장관은 “법원이 그를 어느 나라로 송환할지 결정했더라면 더 수월했을 것이나 결정권이 넘겨진 이상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 말했다.
보조비치 장관이 송환국을 결정한다 해도 권씨의 신병이 곧바로 인도될지는 미지수였는데, 결국 권씨 측은 또 한번 한국이나 미국 등으로 송환되는 것을 늦출 수 있었다.
암호화폐 산업계에서 한때 저명한 인물이었던 권씨는 자신이 출시한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주범으로 꼽힌다. 2021년말 암호화폐 시장이 정점을 찍은 지 불과 몇 달 만인 2022년 5월 실체 없는 거품이 꺼지면서다. 그러나 권씨는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테라와 루나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권씨는 이후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말 출국한 권씨는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에 머물다가 같은 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