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그고 가는 바람에 하룻밤만 신세를”…1200만원 털린 사연

피해자와 함께 걸어가다 “먹을 걸 사 오겠다”…거짓말한 뒤 ‘줄행랑’

고령층에게 접근해 절도 행각을 벌인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동종전과가 많은 그는 경찰의 출석 요청을 받고도 응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50대 여성 A 씨와 검사 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9일 울산 북구 염포동의 피해자 B 씨 집에서 금품을 훔치는 등 올 3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여러 피해자를 대상으로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 기간 A 씨가 훔친 물품 금액은 총 1231만 원 상당이다.

 

그의 절도 범행 수법은 남들과 달랐다. 그는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한 피해자에게 "여기 앞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다. 언니가 문을 잠그고 가는 바람에 하룻밤만 신세를 지고 싶다"며 피해자 집 문을 두드렸고, 이에 대부분 고령인 피해자들은 A 씨에게 새벽바람을 피할 곳을 제공해 줬다.

 

이후 피해자 집 안 곳곳을 살펴보며 훔쳐 갈 현금의 위치와 물건의 희소성 등을 파악했던 A 씨는 하룻밤을 자고 난 뒤 피해자에게 '내 집을 구경시켜 주겠다'며 먼저 밖으로 나가게 한 뒤 눈여겨본 물건 등을 훔쳤다.

 

A 씨는 피해자와 함께 걸어가다가 '먹을 걸 사 오겠다'고 거짓말한 뒤 줄행랑쳤다.

 

그는 비슷한 수법으로 다른 70~80대 피해자들에게 '새벽기도에 따라가겠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 김치를 많이 보내줘 어려운 노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피해자의 손녀를 만나러 왔다'며 접근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습적으로 절도를 저질렀다.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계획적이며, 특히 범행 대상 대부분이 범행에 취약한 고령층이란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준법의식이 미약해 30년 넘게 동종 유사 수법의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등 노력을 특별히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