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의 왕좌를 가리는 한국시리즈(KS·7전4승제)는 역대 우승 횟수 1,2위에 빛나는 KIA(11회)와 삼성(8회)이 만나게 됐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라이벌’이지만, 두 팀의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만난 것은 1993년 이후 무려 31년 만으로, 한 세대를 지나 만나는 라이벌의 맞대결이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LG를 3승1패로 꺾고 올라온 삼성이 치를 KS는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1차전으로 막을 올린다.
객관적인 전력은 2017년 통합 우승 이후 7년 만에 KS에 오른 KIA의 우세다. 올 시즌 팀타율(0.301)과 팀 평균자책점(4.40) 1위에 오른 KIA는 완벽한 투타 밸런스를 앞세워 독주한 끝에 정규시즌 1위를 거머쥐었다. 정규시즌 2위 삼성과의 올 시즌 상대전적도 12승4패로 압도하고 있는 KIA다. 여기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덕분에 지난달 30일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해 체력도 상대보다 앞선다. 다소 떨어진 실전 감각이 걱정이지만, 기본적인 팀 전력이 앞서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 빨리 돌아온다면 시리즈를 생각보다 일찍 끝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맞서는 삼성은 시즌 전 전망만 해도 하위권으로 분류됐으나 박진만 감독의 지휘 아래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팀 홈런 1위(185홈런)의 타선과 탄탄한 선발진과 불펜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삼성 왕조’를 구축했으나 2015년 KS에서 두산에 1승4로 패퇴한 뒤 2016년부터 왕조가 몰락했고, 이를 재건하는 데 무려 9년이나 걸렸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오른 KS에서 10년 만의 정상 정복을 노린다. 체력에선 열세지만, 직전까지 PO를 치르고 올라와 한껏 오른 실전 감각과 기세를 앞세워 ‘업셋’에 도전한다.
두 팀의 한국시리즈는 KIA의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하면 이번이 네 차례다. 앞선 세 차례인 1986년과 1987년, 1993년엔 모두 KIA가 이겼다. KIA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올 시즌 이전까지 11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불패신화’를 자랑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올 시즌 이전까지 17차례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지만, 우승을 차지한 것은 7회로 이긴 기억보다 진 기억이 많다. 프로야구 출범부터 강팀으로 군림했던 삼성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 2002년일 정도로 20세기에는 정규시즌에 강한 ‘사자군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KIA 이범호 감독과 삼성 박진만 감독은 1차전 선발로 제임스 네일(12승5패 평균자책점 2.53)과 원태인(15승6패 3.66)을 예고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 네일과 다승왕 원태인의 정면 승부다.
네일은 지난 8월24일 NC전에서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턱을 맞아 턱관절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놀라운 회복 속도로 완벽한 몸상태를 만들어 58일 만에 다시 공식 마운드에 서게 됐다. 네일은 삼성을 상대로 두 번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09를 남겼지만, 2경기 모두 대구 원정에서 던진 기록이다. 네일은 광주 홈에서는 올 시즌 펑균자책점 1.77로 극강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삼성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LG와의 지난 15일 PO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며 가을 야구 통산 첫 승리를 따내 기세가 최고조에 달해있다. 올 시즌 KIA를 상대로 2경기 등판해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은 2.25로 낮았고 피홈런도 1개도 없었기에 1선발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KIA 이범호 감독은 20일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잘 준비했다. 전통의 라이벌끼리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만났으니 명승부를 펼쳐보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맞서는 삼성 박진만 감독은 “KIA가 워낙 전력이 탄탄하지만, 빈틈을 파고들어보겠다”라면서 “시즌 전에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2위를 차지했고, PO에서도 LG가 이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많았지만 우리가 이겼다. 지금도 KIA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우리가 우승하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