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에 첫 역전당한 韓 잠재성장률, 국가 생존전략 다시 짜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에 처음 추월당했다. 어제 기획재정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지난해와 같은 2.0%로 추정했다. 최근 5년 새 0.4%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미국은 2020∼2021년 1.9%에서 2022년 2.0%, 2023년 2.1%로 반등했고 올해도 2.1%로 추정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급등이나 경기 과열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인데 한국경제규모의 16배나 되는 미국에 역전당한 것이다. 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오르는 추세인데 한국만 뒷걸음질 치니 예삿일이 아니다.

심각한 건 0∼1%대의 저성장시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OECD는 2030∼2060년 한국 잠재성장률 평균치가 0.8%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다.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가 꼽힌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가 2022년 3674만명에서 2040년 2903만명으로 쪼그라든다. 50년쯤 후에는 생산인구 1명이 노인 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할 판이다. 출산율 반등 없이는 저성장을 피할 길이 없다.



낮은 생산성도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추락했다. 노동생산성도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다.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고질적인 규제로 고비용·저효율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미국은 정반대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유연한 노동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새로운 일자리도 쉴 새 없이 생겨난다. 빅테크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해 인공지능(AI)시대를 주도하고 있고 첨단 제조업도 부활할 조짐이다.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규제 혁파와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출범 이후 구조개혁을 추진해왔지만 구호만 요란했다. 말이 아닌 실행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AI·이차전지·방위산업·원자력발전 등 신성장 동력을 키우는 일도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확 풀고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야도 소모적 정쟁을 접고 구조개혁과 초격차기술 개발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