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27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한 지 2주년을 맞지만, 삼성전자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27일 삼성전자 회장 승진 2주년을 맞는 이 회장의 취임 기념행사는 그간의 분위기와 최근 일련의 위기 등을 감안할 때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이달 25일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맞아 이 회장이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이나 만찬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오늘날 반도체 시장은 파운드리와 HBM 두 개의 축으로 AI 효과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파운드리의 강자 TSMC는 AI 붐에 수요가 폭증하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TSMC와 직접 경쟁하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수주 부진과 낮은 가동률 등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겼던 글로벌 기업들도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포함한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은 올해 3분기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매출은 2011년 14조2000억원으로 TSMC의 매출액 145억달러의 약 88%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TSMC의 2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메모리·비메모리 모두 합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TSMC에 매출 재역전을 허용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부터 TSMC에 매출 역전을 허용하면서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가 지난 2분기에 다시 매출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AI 훈풍’을 받고 있는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추진했다가 불발되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 예고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과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필요성 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