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합동위령제가 21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북단 나들목 인근의 위령탑 앞에서 열린 위령제에는 희생자들의 유족을 비롯해 성동구와 무학여고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해 영령들을 위로했다. 잔뜩 흐렸던 하늘은 위령제가 시작되며 구름이 점점 걷히더니 곧 따스한 햇살이 비쳤다.
3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께 성수대교 상판 48m 구간이 무너지면서 출근길 차량이 추락해 등교 중이었던 무학여중·고 학생 9명을 포함해 모두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참석자들은 한마음으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사회적 참사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10년 전부터 저희가 (위령제를) 함께해오며 사죄의 마음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며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은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족은 "내가 살아있는 한 가족을 잃은 상처는 영원할 것"이라며 "어떻게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 철근을 빼고 지을 수 있나. 희생자만 있고 책임자는 없는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위령탑이 '도로 위 섬'처럼 갇혀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털어놨다. 2005년 강변북로 진·출입 램프가 설치되며 위령탑에 걸어서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유족 측은 위령탑을 서울숲으로 옮기기를 요구하고 있다.
막냇동생 고 김광수 씨를 잃은 유족회장 김양수 씨는 "(위령탑이) 행사가 열리거나 유족들이 올 때가 아니면 아무도 관심 없는 곳이 됐다"며 "시민들이 산책하며 쉽게 접근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안전교육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먼 훗날 동생을 만나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김씨의 뒤로 '엄마 아빠는 여전히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해'라고 적힌 유족회 현수막이 가을바람에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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