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 감독 “초보 사령탑이라는 것에 개의치 않아...우리 타자들 준비는 완벽해”

2024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20일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 바이 윈덤 충장에서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KIA 이범호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2024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1차전이 열린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경기 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KIA 이범호 감독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는 “KS를 함께 치를 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을 때는 긴장이 꽤 됐는데, 팀이 결정된 뒤에는 마음이 편해졌다. 어쨌든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어제나 엊그제보다는 지금이 더 긴장이 덜 되는 듯 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이 감독은 박찬호(유격수)-소크라테스(좌익수)-김도영(3루수)-최형우(지명타자)-나성범(우익수)-김선빈(2루수)-최원준(중견수)-김태군(포수)-서건창(1루수) 순으로 타선을 배치했다. 1루수에 이우성 대신 서건창이 들어간 게 눈에 띄는 라인업이다. 이 감독은 “(이)우성이가 시즌 막바지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연습경기나 라이브 배팅을 봐도 아직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었다”라면서 “오늘은 양팀 에이스 간의 맞대결이다보니 세밀한 부분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는 우성이보다는 (서)건창이가 큰 경기 경험도 많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컨디션 자체도 건창이가 더 낫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번 최원준 카드도 정규시즌 막판에 테스트하긴 했지만, 소크라테스가 중심타선에서 해결해주는 역할보다는 2번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이 더 낫다는 판단에 2번에 넣었다. 최원준은 컨디션이 좋아서 7번으로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은 체력적인 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하지만, 그만큼 실전을 치른지 오래 되어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는 게 단점이다. 특히 타자들의 타격감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느냐가 한국시리즈 직행팀이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1차전은 아무래도 타격감이 떨어져있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이 플레이오프를 4차전에 끝내면서 KS 1차전 선발로 원태인 선수가 올라오게 됐다. 원태인이 아닌 다른 투수가 선발이었다면 그나마 공격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봤는데, 그래서 오늘은 점수가 별로 안 나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점수 낼 타이밍에는 1~2점씩 빨리 내려고 한다”라면서 “실점 감각이 다소 걱정되긴 하지만, 우리 타자들 준비는 완벽하다. 1,2번 타자 쪽에서 공격의 물꼬를 잘 터준다면 오늘도 잘 풀린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KIA의 선발은 제임스 네일이다. 네일은 정규시즌에서 12승5패에 평규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다. 지난 8월24일 NC전에서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맞아 턱관절을 다쳐 정규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이며 몸 상태를 완벽하게 끌어올렸고, 58일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오른다. 네일은 삼성을 상대로 두 번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09를 남겼지만, 2경기 모두 대구 원정에서 던진 기록이다. 네일은 광주 홈에서는 올 시즌 펑균자책점 1.77로 극강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 감독은 “이닝에 상관없이 네일이 70~80개의 투구수를 소화하면 힘이 떨어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힘이 떨어졌다 싶으면 공격적으로 불펜 운영을 할 계획이다. 우리 불펜 선수들이 오래 쉬었다. 1,2차전은 이른 타이밍에 투수 교체를 가져가면서 두 경기 모두 잡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KIA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당연하게도 사령탑으로서는 처음 한국시리즈를 치른다. 초보 사령탑이라는 게 부담스러울 법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베테랑 감독이건 초보 감독이건 한국시리즈는 다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선수보다는 덜 긴장된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잘 지켜봐야 한다. 초보 사령탑이라는 것은 개의치 않고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는 1,2차전이 예정된 21일, 22일 모두 비가 내리는 것으로 예보가 나와있다. 21일 1차전은 비가 그리 많이 내리진 않지만, 22일은 취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내일 비가와서 2차전이 하루 밀리면 삼성의 데니 레예스가 2차전 선발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라 그게 좀 걸리긴 한다. 다만 레예스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0여개의 공을 던져서 비로 순연되어 2차전에 올라온다고 해도 구위 상으로는 힘이 좀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저희 타자들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는 오늘 시작됐으니 비에 따라 어느 팀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고 이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선발과 구원을 모두 오갈 수 있는 사이드암인 임기영을 빼고 좌완 김대유를 넣었다. 엔트리 내에 좌완 불펜 요원이 최지민, 곽도규, 김기훈, 김대유, 이준영까지 5명이나 된다. 이 감독은 “(임)기영이와 (김)대유를 두고 고민했는데, 삼성 타자들이 사이드암 공을 잘 치는 선수들이 워낙 많다. 주력 좌완 불펜인 (곽)도규나 (최)지민이 같은 어린 친구들이 한국시리즈가 처음인 신진급 선수들이다. 이들이 잘 해주면 좋지만 흔들릴 경우 이들을 뒷받침할 선수로 (이)준영이와 대유를 선택해서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