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4-10-22 05:00:00
기사수정 2024-10-21 19:20:36
주식시장에 케이크 위 체리만 쏙 빼먹는 얌체 같은 ‘체리피커’ 주의보가 내려졌다. 국내 주가가 맥없는 흐름을 장기간 이어가자 투자자들은 종목 투자보다 증권사 이벤트에 열을 내고, 시장 점유율 확보에 급급한 증권사들은 이런 현상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몇몇 대형 증권사들은 고객을 상대로 일간 거래금액에 비례해 최대 수백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는 가격 변동성이 작아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해외 단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고팔아 증권사 이벤트 조건을 충족하고 현금을 챙겨가는 실정이다. 이에 주로 활용되는 ETF는 만기가 1년 이하 또는 1∼3개월 이하로 짧은 미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유튜브와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거래대금 채우기 꿀팁’을 공유하는 투자자도 있다.
업계에선 증권사들이 이를 방치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초 KB증권이 미국 현지 브로커로부터 ETF 종목에서 ‘이상 거래 징후 발견’ 통보를 받고 온라인 매수를 제한했지만, 다른 대형사는 비슷한 이벤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들 증권사의 거래량 상위 종목에는 미국 단기채 ETF가 대거 등장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거래금액에 따라 현금을 주는 이벤트가 주로 9∼10월 집중되는데, 이 시기는 증권사 임원 인사를 앞두고 한 해 실적을 결산하는 때이기 때문에 증권사가 꼼수임을 알고도 방조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증권사들이 거래금액에 비례한 재산상 이익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면서 투자자들의 빈번하고 과도한 거래를 오히려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에 “동일인에 대한 (상금 제공) 누적 한도를 설정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제공되는 이익의 경제적 가치의 크기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을 초과하면 부당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유의 공문을 배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