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으로 만든 신기술… 현대차·기아 미래 공장을 보다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 르포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서 진행
공장라인서 실제 주행환경 재현
차량내부 소음·진동 데이터 수집
협력사와 SDF 구현 성과 공유도

로봇개 ‘스팟’· AAM 기술도 공개
스팟으로 실시간 안전 점검 진행

“테스트를 위해 좌측으로 이동하세요.”

화면에 나온 안내에 따라 운전자가 속력을 내며 스티어링휠을 왼쪽으로 돌리자 차량이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는 듯 위아래로 흔들렸다. 몇 초 뒤 다시 안내에 맞춰 스티어링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잔진동이 느껴졌다. 차량은 이런 방식으로 둔덕로, 자갈로, 벽돌로를 차례로 통과하며 소음 검사를 받았다.

차량 하부에 실제 주행환경과 같은 진동을 가하고 AI 알고리즘으로 소음을 검사하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다른 검사와 다른 점은 이 모든 과정을 외부의 시험로가 아닌 공장 라인 내 한 자리에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차량에 바람과 소음을 발생시키고 하부에 진동을 가해 실제 주행환경을 재현했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소음측정기 등으로 소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이상 소음이 없는지 진단할 수 있다.



21일 경기 의왕의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진행된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 2024’에서 이같이 스마트 공장에 적용되고 있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적용될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포레스트는 제조시스템의 혁신을 추구하는 현대차·기아의 스마트 공장 브랜드다. 올해 5회차인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에서는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와 협력사가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을 구현할 수 있는 제조 기술 혁신 성과를 공유한다.

올해는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6개의 그룹사가 28건, 스타트업이 5건의 전시에 참여해 AI, 디지털트윈, 로보틱스 등을 활용한 200여건의 기술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공장의 설비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물건을 실어나르는 물류로봇(AMR)은 기존에 보던 공장의 운송 로봇들보다 훨씬 빠르고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주목받았다. 주행 제어·관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내재화해 공간이 한정된 공장 안에서 모든 방향으로 이동하고 중량물을 올린 상태에서도 곡선 주행을 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로봇개 ‘스팟’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관련 기술도 공개됐다.

스팟이 눈, 코, 입에 해당하는 센서를 활용해 공장에서 지능형 점검을 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스팟은 정해진 경로를 돌며 AI와 비전 처리, 빅데이터 처리 등을 활용해 실시간 안전·설비 점검을 진행하고 작업이 끝난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가 마치 쉬는 것처럼 앉아 충전을 시작했다.

차량 대비 10~100배 이상의 조립 정밀도를 요구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특성을 고려해 고중량의 UAM 동체와 날개를 0.00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자동 정렬해 정밀 체결하는 ‘UAM 동체, 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 기술도 선보였다.

이 같은 기술들은 신공장부터 적용되기 시작해 향후 확대될 예정이다. SDF가 구축되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운영할 수 있어 생산속도와 품질 향상, 신차 투자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약 9000명의 현대차그룹 임직원, 협력사, 대학 및 정부 연구기관 등이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에 참가해 미래 제조 공장을 선도할 신기술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생산 공장에 신기술 활용 분야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