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1시간20여분 면담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제로 콜라만으로 끝나버린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최고 존엄’, ‘사실상 대통령’인 김건희씨를 건드리는 것에는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며 이같이 평가절하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야외 정원 ‘파인그라스’에서 면담을 가졌다. 애초 오후 4시30분부터 면담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으로 두 사람은 예정보다 24분 늦게 만났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한 대표와 악수한 윤 대통령은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까지 대통령실 인근을 10여분간 걸으며 담소를 나눴고, 실내로 자리를 옮겨서는 1시간20여분 차담 형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맞은편에 한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착석한 형태여서 한 대표가 요청했던 독대 형식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테이블에는 윤 대통령을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대표를 위한 제로 콜라와 과일이 올랐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 콜라를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해소 등을 담은 붉은 서류철을 가져간 한 대표는 이를 면담에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고, 두 사람은 미국 대선 전망, 윤 대통령의 싱가포르 순방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어깨도 두드려줬다”며 “차분하게 잘 이뤄진 회동”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면담 결과를 국회에서 브리핑하는 쪽으로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면담 종료 직후 귀가했다. 브리핑은 면담에 배석하지 않았던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이 한 대표로부터 들은 말을 대신 읽어주는 것으로 대체됐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답변 등 질문에 “대통령의 답변을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낀 박 실장은 면담 후 한 대표의 표정에 대해서도 “해가 다 진 상황이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내가 면담에 배석하지 않아 분위기를 전할 상황이 못 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면담 후 별도의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한때 서면 브리핑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브리핑 대신 대통령실 관계자 명의로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 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현안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 김 여사 관련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윤 대통령이 즉답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부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지난 7월30일 정 실장이 배석한 채로 양측이 약 1시간30분간 비공개로 만난 이후 83일 만이다. 전당대회 직후인 7월24일과 9월24일에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이 있었지만, 단체 회동이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독대해 현안을 논의할 시간은 없었다. 지난 11일 한 대표가 동남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을 마중할 때도 짧은 인사 외에 특별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