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21일 “통일을 하지 않자고 하면 평화가 오나”라며 “갑자기 북한이 북핵을 포기하고 평화의 길로 가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김 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통일부를 없애자고도 하는데 듣는 통일부 입장에서는 서운한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향해서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통령실 대변인과 통일비서관을 거쳐 지난 7월 통일부 차관에 임명된 김 차관의 발언은 임종석 전 실장의 ‘통일부도 지금은 필요없겠다’던 주장 언급 과정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하지 말자’던 자신의 주장은 변함이 없다며, “통일부도 지금은 필요 없겠다”는 말을 지난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했었다.
임 전 실장은 라디오에서 “적어도 30년은 통일 논의는 봉인하고 평화 관리와 정착, 자유왕래 등 두 국가 상태로 30년 살아보자”고 밝혔다. 이어 “통일에 대한 문제는 미래의 주인인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자”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통일하지 말자는 게 진심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답하던 중 나왔다.
임 전 실장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남북이)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통일, 하지말자”고 폭탄 발언을 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출신으로 ‘우리 민족끼리’ 반미자주통일을 추구한 민족해방(NL) 계열의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점 등에서 매우 이례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바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의 발언이 나와 그 배경에 관한 의문도 대다수 제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정은의 주장과 같다’며 임 전 실장을 향해 “그만 염장 지르고 북한에 가서 살라”는 비난까지 나온 터인데, 임 전 실장은 라디오에서 “그런 것까지 답하고 있어야 되겠느냐”며 들을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쳤다.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헌법학자들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이미 두 국가 상태이고, 헌법에서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헌법학자들의 주장도 있다”고도 임 전 실장은 강조했다.
영토조항이 헌법에 포함된 나라도 드물며, 해당 조항을 없애거나 개정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다면서다.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나 지금은 통일부도 필요없다는 주장은 미래 세대에 통일 문제를 넘겨주자던 발언과 맥이 통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를 두고 김 차관은 라디오에서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적어도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만큼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통일은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특히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들고 나왔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그 말을 한 시점 자체가 북한이 헌법 개정을 예고한 바로 직전”이라면서 “북한의 헌법 개정 예고편을 마치 말해 주는 듯한 그 발언이 대단히 이상하고 괴이하다”고도 비판했다.
통일을 하지 말자는 주장과 평화가 온다는 예측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 관계도 없으므로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김 차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