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으로 다이슨·노트북 산다?…“소진공, 편법·부정사용 방관”

‘지역 상권 활성화’ 취지 무색…A몰 “대기업 가전제품 10% 싸게 구매” 광고
장철민 의원 “편법·꼼수 난무...부정사용 방치 의심”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등 악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누리상품권. 연합뉴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쇼핑몰은 총 16곳으로 집계됐다. 

 

온누리상품권 온라인몰인 A몰은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해 삼성‧LG‧다이슨 등 대기업의 냉장고, 노트북, 드론 등 고가 제품을 시중보다 10%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고, 40%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추석을 전후해 정부가 15% 온누리상품권 할인을 진행하자, 이에 맞춰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몰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해당하지 않지만 최근 영등포유통상가에 사업자를 새로 내는 꼼수를 썼다. 유통상가와 같은 상점가에 위치하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해 통신판매가 허용된다는 조건을 악용한 것이다. 

 

A몰 외에 다른 쇼핑몰에서도 전통시장 상인의 식품류를 주로 취급하면서 가전제품 등의 유통도 일부 병행하고 있었다. 

 

온누리상품권을 유통하는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기준 온라인으로 유통된 온누리상품권은 약 40억원에 이르는데 소진공은 현장 점검 없이 형식적인 자료만 제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철민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시장에는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며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아닌 업체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상품권을 유통하고 이를 중기부와 소진공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온누리상품권 유통 규모를 계속 확대하는 중이다. 2023년에는 2조 원을 발행했고 올해는 명절 특별할인 등을 통해 발행량을 크게 높여 목표인 5조 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2025년 정부 예산안의 발행 목표는 5.5조 원이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표지가 붙어있다. 뉴시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범위는 지난달 3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전통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로 대폭 확대됐다. 

 

21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맹 제한 업종 신규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66.3%가 치과, 한방병원, 동물병원 등 보건업 및 수의업과 같은 고소득 사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예체능, 외국어 학원 등 교육 서비스업도 24.7%(63곳)에 달한다. 

 

특히 새롭게 등록된 가맹점 72.2%가 수도권에 몰려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 일각에선 본래 취지인 전통시장 및 상권 활성화와 괴리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오 의원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며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이 차별상품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발행 목표 실적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성급하게 추진돼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소상공인을 적극 발굴해 도입 취지에 맞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