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영풍 지분 확보, 시장 교란이자 투자자 ‘역선택’ 유인”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2일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에 “명확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법원은 MBK·영풍 측이 제기한 2차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 박 사장은 고려아연 역시 MBK·영풍 측의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을 수사 요청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는 원천 무효라고 생각하고 법적 검토는 한 것도, 아직인 것도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배임 관련 소와 금융감독원 진정이 있고, 추가 법적 검토는 추후에 말하겠다”고 설명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자사주 공개 매수 종결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 공개매수 시도가 절차부터 약탈적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추석연휴 시작 직전인 지난달 13일 금요일 공개매수를 시작해 영업일 기준으로 11일만 남았다”며 “회사(고려아연)의 대응과 방어를 무력화하고자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개매수와 동시에 회사의 자사주 취득 금지를 구하는 1차 가처분을 신청해 유일한 대응수단을 봉쇄하고자 했다”며 “1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마자 결정 2시간 만에 동일한 쟁점을 주장하며 2차 가처분을 제기하고 자신들의 공개매수로 투자자들을 유인했다”며 소송 남용이자 악용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주당 83만원(최종 89만원)으로 인상하자 MBK·영풍 측도 동일하게 가격을 올렸는데 MBK·영풍 측의 순차적 인상과 일관성 없는 발언은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가 89만원으로 올랐음에도 5.34%의 주주와 투자자가 MBK·영풍 측에 주식을 주당 83만원으로 처분하는 ‘유인된 역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이나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경영한 적이 없음에도 대주주로서 경영권은 취득하려 하면서, 정작 경영 전략은 현 경영진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문제로 봤다. “우호지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박 사장은 “MBK 같은 기업사냥꾼이나 영풍 같은 실패한 회사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자사주 매입 목적으로 대규모 차입금을 끌어오면서 재무구조 악화와 신산업 투자금 축소 등의 우려가 제기됐으나 고려아연 측은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사장은 “공개매수 여파로 내부 불안감이 없을 순 없다”면서도 “단기적으로 경영정상화, 중장기적으로 트로이카드라이브 실천전략을 세워서 꾸준히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과 금융회사들이 저희 회사의 차입 전 재무구조를 자체적으로 판단했다”며 “향후 자금모집이나 투자 차질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 관련해서는 “국정감사 때 (판단 기준이) ‘궁극적으로 회사 성장과 수익률 제고’라는 국민연금 이사장님 말씀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감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 시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