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에 대통령실과 야권 평가가 엇갈린다.
대통령실은 격의 없는 대화에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했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자세를 들어가며 ‘입시상담’이라거나 ‘침팬지냐’ 등 표현을 썼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이튿날인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장 사진 두 장을 공유하고, “여당 대표와 만나며 이렇게 고압적이고 거만한 자세를 취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검찰 쿠데타의 공신이었고 현재 집권여당의 대표라고 하더라도, 자신과 아내 앞에 머리쳐드는 자는 피의자 취급하며 취조하는 자세를 보이고 이를 공개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가 공개한 사진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야외 정원 ‘파인그라스’에서 대화 중인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그리고 배석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모습을 담았다.
대각선상이기는 하나 정면으로 얼굴이 보이는 윤 대통령과 달리 한 대표와 정 실장은 뒷모습이 눈에 띄며, 다른 사진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옆에서 카메라가 담은 현장을 보여준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해소 등을 담은 붉은 서류철을 가져간 한 대표는 이를 면담에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고, 두 사람은 미국 대선 전망과 윤 대통령의 싱가포르 순방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진 모두에서 윤 대통령은 테이블에 양손을 얹었는데 이를 두고 조 대표는 “내가 여전히 ‘알파 메일(alpha male)’이라 무리 앞에 과시하는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를 보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NS에서 “윤한회동?”이라며 “회동이건 면담이건 용산에서 배포한 사진을 보면 ‘입시상담’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계속해서 “한 대표의 세 가지 요구를 깔아뭉개버린 대통령의 편리한 아집”이라면서, “브리핑 잘하라니 한마디 말도 못하고 집으로 가버린 무능”이라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대통령실은 1시간20여분 면담에서 주제 제한 없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입장도 설명했다고 21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22일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대통령실 내부에 김 여사와 가까운 인맥을 쇄신해달라는 건의를 받고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문제를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를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면담에서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은 정리하는 사람이다.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생각하는 대통령실 인사들의 구체적인 문제를 소상히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통해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면담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참모들을 인적 쇄신하고, 김 여사가 자신과 관련된 의혹 규명에 적극 협조해줄 것과 대외 활동을 잠정 중단해줄 것 등 ‘3대 요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과 관련 “이미 집사람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공식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 한다”며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의혹 규명 협조 건의에 대해선 “이미 일부 의혹의 경우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달라”며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 혐의나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가.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