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안 줬다” 흉기로 父 찌른 지적장애 10대 학생, 항소심서 ‘감형’

법원 "후배들의 괴롭힘과 아버지 처벌 불원 의사 고려했다"
광주지방법원. 연합뉴스

 

용돈을 안 줬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지적장애를 가진 10대 학생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유진·연선주·김동욱)는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기소된 A군(17)의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 징역 장기 2년6개월에 단기 1년6개월을 파기하고 광주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A군은 지난 4월9일 오후 8시10분쯤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주거지에서 60대 아버지 B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그는 중증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A군은 사건 당일 학교 후배 C군과 친구 등 3명으로부터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A군을 절도범으로 몰아 “내 휴대전화를 훔쳐갔냐”라거나 “돈을 주지 않으면 우리 아빠가 너를 다치게 하고 소년원에 보낸다” 등의 협박을 가했다.

 

A군은 협박을 들은 직후 B씨에게 용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B씨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자 격분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군은 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데 화가 나 중상을 가해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죄질도 극히 불량하다”며 “범행 당시 만 16세에 불과한 점, 중증 지적장애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소년으로 아직 인격이 형성돼 가는 과정이고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괴롭힘을 당하자 사리분별력이 미숙한 상태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금생활을 하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과 항소심에서 한 진술과 태도에 비춰볼 때 개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윤리 의식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기보다 적절한 교육과 교화과정을 통해 품행을 교정시켜 건전한 사회인으로 인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