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여사 특검법 이탈표 우려에 “나로서도 방법이 없지 않느냐”

尹·韓, 면담서 김여사 특검법 이탈표 문제 거론
韓측 “빈손 회담”, 尹측 “담판 짓는 자리 아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21일 회동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 여당 내 이탈표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그 동안 수십명을 설득해서 특검법 통과를 막았는데 여론이 악화되면 잘못될까 걱정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 당 의원들이 지금까지 잘 막아줘서 고맙다”면서도 “만약 생각이 바뀌어서 야당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나로서도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위헌,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며 “특검과 검찰 수사라는 것은 객관적 혐의와 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적 의혹만으로 믿고 싶다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재표결 시 여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을 향해 압박을 강화하며 ‘여권 내 야당’ 역할을 하고 있는 친한(친한동훈)계에 대한 소회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면담에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의혹 해소 노력 등 ‘3대 요구안’을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즉각적인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 17일 김 여사 특검법을 세번째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1월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앞선 두차례 특검법은 야당 단독 처리→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폐기됐다.

 

하지만 두번째 특검법 표결 때 여당 내 이탈표가 4표 나오면서 세번째 표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8표 이상 발생하면 김 여사 특검법은 법안으로 확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왼쪽 첫번째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대통령실 제공

한 대표는 면담 직후 브리핑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귀가했고, 이날 오전 일정을 취소했다. 면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답답함을 표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면담은) 별로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다”며 “민심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여론이 나빠지면 여당 의원이 홧김에 (김 여사 특검법에 찬성) 투표를 해서 민주당 법안이 통과될까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계 강명구 의원은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꾸 ‘빈손 회담’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지만, 면담이 남북 정상회담 하듯이 담판 짓는 게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지금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자연스럽게 만났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