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반란·우천 연기… ‘최초’ 쏟아진 가을야구

KT·SSG, 사상 첫 5·6위 결정전 치러
강우에 KS 1차전 6회초 ‘서스펜디드’
어제도 비… 23일 1차 잔여·2차전 경기
KT 매직·강민호 KS행 등 첫 기록 넘쳐

사상 첫 1000만명의 관중을 동원한 2024 KBO리그는 가을야구에서도 ‘최초’의 기록들이 잇따라 수립되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특히 한국시리즈는 시작부터 비로 인한 초유의 상황이 발생해 승부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최초의 기록은 ‘마법사 군단’ KT로부터 시작됐다. 정규시즌을 SSG와 함께 공동 5위로 마친 KT는 사상 첫 5·6위 결정전을 치렀다. KT는 8회 멜 로하스 주니어의 극적인 역전 3점포로 4-3으로 승리하며 가을야구 막차를 탔다. 기세가 오른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4위 두산에 4-0, 1-0으로 2연속 영봉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2015년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팀은 1승 혹은 1무만 해도 승리하고, 5위팀은 무조건 2승을 거둬야 해 5위팀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도입 후 5위팀이 이긴 사례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KT는 ‘마법’으로 0%의 확률을 깨는 데 성공했다.

단비일까 악재일까 2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4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와 2차전이 비로 인해 23일로 순연됐다. 삼성 선수들이 지난 21일 1차전 6회 경기 중단이 선언되자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광주=뉴스1

역대 최다 출장 기록(2369경기)을 세우면서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던 삼성의 ‘안방마님’ 강민호가 그토록 바랐던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난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열린 1차전부터 역대 최초의 기록이 나왔다. 빛고을을 오후부터 적신 비가 심술을 부린 탓에 포스트시즌 최초의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된 것이다. 1차전은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에 방수포를 덮었다 걷기를 반복한 끝에 예정보다 66분이나 늦은 오후 7시36분에야 플레이볼을 선언했다. KIA 제임스 네일과 삼성 원태인의 명품 투수전으로 치러지던 경기는 계속 내리던 비의 줄기가 강해지자 오후 9시24분 중단이 선언됐고, 결국 오후 10시9분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다. 일각에서는 그리 빗줄기가 강하지 않았던 오후 6시30분에 예정대로 경기를 시작했다면 서스펜디드가 선언되는 상황은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이나 전국 각지에서 귀한 시간을 내서 응원팀의 승리를 보고 싶었던 KIA팬이나 삼성팬들에게 모두 찝찝함만을 남긴 결정이었다.



한편 22일 오후 4시에 재개될 예정이었던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와 6시30분으로 예정된 2차전은 그라운드 사정과 비 예보로 순연돼 23일 같은 시간에 치러진다. 예보상으로는 23일은 광주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 오후 4시에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 초 무사 1, 2루 볼카운트 1B-0S에서 김영웅의 타석으로 중단된 1차전이 재개될 예정이다. 이렇게 비로 인한 경기 연기가 시리즈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선 가운데 좋은 득점 기회까지 잡으며 기세가 좋았던 삼성은 흐름이 끊긴 채로 하루를 보낸 대목은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지쳤던 투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

반면 KIA는 위기 상황에서 삼성의 기세를 잠시 끊어간다는 점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지만 삼성에 휴식의 여유를 준 것은 아쉽다. 이범호 KIA 감독은 “유불리를 떠나 크게 동요하지 않고 변화한 상황을 맞추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