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8개월 넘게 이어지는 상황 속에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의료대란 해결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협의체 불참을 재차 확인하면서 이들을 제외하고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한 한계 지적과 의료계가 협의체를 두고 사분오열하면 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2일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학장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의협은 현시점에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협은 그러면서도 “대한의학회가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만큼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의료계 전체의 의견을 고려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일말의 우려감 속에서도 두 단체에 응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전공의들 변화가 없기 때문에 우리도 변화 없다”며 “의학회에선 들어가서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 같은데, 잘될지 모르겠다”고 촌평했다.
의협·교수단체들이 협의체 구성에 소극적인 건 전공의·의대생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과 의대생 단체 비대위원장들 이름으로 올린 글에서 ‘허울뿐인 협의체’라고 지적하고 불참 의사를 재확인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의협 기획이사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감축이라도 해야 정부와 대화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선 “2025년 의대 정원 일부 증원에 대해 수용하겠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비판하고 “한 명이든 삼백 명이든 만 명이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정책을 도출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 없이 정치적으로 절충할 수 없고, 의협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임현택 의협 회장이 협의체 참여를 위해 새 전공의 단체를 세우려던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의협과 전공의 단체 간 불화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의협에선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등 이유로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탄핵)안이 발의됐다.
의료계에선 협의체 구성이 의료대란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오히려 전공의·의대생을 자극해 복귀 시기만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전공의·의대생들은 수련도 국시도 치를 수 없는 상태라 내년 3월까지 시간이 있다”며 “이들을 빼고 협의하면 내년 3월 이후에도 복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전공의·의대생 중엔 돌아오고 싶어하는 인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협의체를 시작으로 내부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