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유엔대사 “북·러 군사협력 중단” 규탄… 北, 침묵 깨고 “근거없는 뻔한 소문” 일축 [北, 러시아 파병]

유엔서 ‘北 파병’ 충돌

러 “美, 부기맨으로 주의 분산시켜”
美·나토, 파장 고려 공식확인 유보
北 김여정 “핵 보유국에 도발” 막말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북한이 파병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북한 등을 향해 “불법 군사협력은 규탄받아야 한다”며 강력히 성토했다. 한국 정부의 파병 관련 발표 등에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북한은 처음으로 내놓은 반응에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 군사협력은 규탄받아야 하며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북한은 국제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왔지만, 북한의 군대 파견은 우리마저도 놀라게 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이 이런 도박을 하면서 전쟁 흐름을 바꾸려고 한 것이 믿기 어렵다”고 개탄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란, 중국, 북한을 부기맨(아이들을 겁주는 귀신)으로 삼아 두려움을 팔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맞섰다.

 

이날 유엔본부에서 따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주유엔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언은 북한이 조만간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크라이나 측 발언에 대한 답변권 행사 중 나왔다. 이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발표 이후 북한의 첫 반응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보유국을 도발했다”며 ‘미친 것들’이라고 막말 비난했다. 한국·우크라이나 정부의 파병 주장에 대한 우회적 대응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강도 수재 복구 현장 현지지도를 보도하며 애민행보만 게재했다. 파병설에 대한 입장문 등은 게재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파병을 확인한 적이 그간 없고, 명시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에 통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은 여전히 북한의 파병을 확정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이는(북한 파병) 푸틴의 절박감과 고립감이 커지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며 “사실이라면 분명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며, 앞으로 며칠 내로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나토가 확인을 늦추고 있는 것은 이에 따른 대응 수위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나토에 꾸준히 인적 지원을 요청해왔다. 미국이나 나토 입장에선 북한군 파병 사실을 ‘확인’할 경우 전쟁에 개입하는 수위가 아예 달라질 수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확전은 여당인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