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는데...’ 환경미화원 살해한 70대 “고의는 없었다”

피고인 측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상해치사죄 해당"
숭례문 지하보도에서 환경미화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리 모 씨가 지난 8월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숭례문 광장 인근 지하보도에서 환경미화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70대 남성이 살인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리모씨(71)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리씨 측 변호인은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리씨는 지난 8월2일 오전 5시10분쯤 서울 숭례문 인근에 위치한 지하보도에서 60대 여성 환경미화원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A씨에게 물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을 당하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흉기에 찔린 환경미화원이 구급대원에 의해 실려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처

 

사건 당일 경찰은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의식이 남아있던 A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전 6시20분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의 시신을 부검해 다발성 자창(날카로운 것에 찔려 생긴 상처)이 사인이라는 1차 소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살인 범죄를 저지른 사람임에도 진지한 반성 없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흉기로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의 잔혹성과 죄질에 비춰 살인을 다시 저지를 염려가 있기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리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피해자와 유족은 물론 사건과 관계된 모든 분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범행 동기가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점과 별도의 범행 도구를 준비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살인의 고의가 아닌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리씨 측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피고인은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전에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 중국으로 추방될 점이라는 것을 고려해달라”며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 및 보호관찰 명령 청구 기각을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13일을 다음 공판기일로 지정했으며 리씨 측이 신청한 양형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