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부 잘하고 싶어서”… 대학 입시생, ADHD 치료제 불법 구매 적발

대입 수험생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콘서타’를 온라인에서 구매해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류로 분류된 향정신성 의약품이 ‘공부 잘하는 약’이란 이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 유통된 사실이 또다시 드러나며 지난해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에 이어 청소년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올해 8월13일부터 10월10일까지 ADHD 치료제를 불법 판매한 3명과 이를 구매한 입시 준비생 1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모두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파악됐다. 검거된 판매자 3명 중 일부는 이미 검찰에 송치됐고, 나머지도 조만간 송치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검거된 4명 모두에 대해 소변·모발 검사를 실시해 메틸페니데이트 등 마약 성분을 확인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중추신경을 자극해 집중력을 높이는 의료용 마약류다. ‘투약내역 확인 대상’으로 지정돼 비정상적인 처방은 불가능하다. 

 

판매자들은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ADHD 치료제를 인터넷에 되파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구매자는 공부 성적을 올리고자 SNS를 통해 이 약을 구했다고 진술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목동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관계자는 “ADHD 치료제가 청소년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계속 복용하는 사례가 늘어나 수사에 착수했다”며 “국정원과 협업해 청소년들의 마약류 오남용을 막는 것이 수사의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국정원. 연합뉴스

국정원도 이날 ADHD 치료제 불법 유통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올해 7∼9월 동작경찰서와 기획 검증을 실시한 결과, 텔레그램과 X(옛 트위터) 등 SNS에서 치료제 거래방 37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중 5개 방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졌으며, 주로 19∼25세 대학생들이 개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ADHD 치료제 처방률이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고, SNS를 통해 처방법·복용 후기가 유포되고 있다”며 “유관기관 단속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