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려” 비명에 자동 신고… AI와 만난 치안

경찰청, 국제치안산업대전 개최
비명인식 비상벨·X선 장비 선봬
아동학대 분석 지오지킴이 눈길
20여國 경찰 대표단과 수출 상담

“살려주세요!” 업체 관계자가 비명을 지르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즉각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경고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실제 상황일 경우 경찰과 보안업체에도 신고가 접수된다. 기존 기술이 단순히 일정 수준 이상의 큰소리를 감지하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엘마인즈의 ‘비명인식 비상벨’은 ‘사람 살려’, ‘도와주세요’ 등 사람의 음성을 정확히 인식해 반응하는 게 특징이다.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경찰청과 인천시의 공동 주최로 열린 치안 장비 박람회인 ‘2024 국제치안산업대전’의 화두는 AI였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이번 박람회에서 상당수 참가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치안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며 경찰 관계자와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국민 안전, 무인순찰로봇이 지키겠습니다”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이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시연 중인 무인순찰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산업대전은 26일까지 열린다. 인천=연합뉴스

엠아이케이스캔의 ‘X선 검색장비’는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주로 쓰이는 장비에 AI 기술을 결합했다. 과거에는 수하물을 X선으로 찍은 뒤 사람의 눈으로 내용물을 구분해야 했는데, AI 기술을 이용하면 물품과 보안물품이 자동으로 판독된다. 업체에 따르면 비행기 내 반입이 금지된 흉기와 카메라, 휴대전화, USB 등 26종을 자동 인식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고객 측의 요구에 따라 담배나 CD 등도 인지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에 힘을 보탤 수 있는 AI 기술들도 눈에 띈다. 지오비전이 경찰청과 공동 개발 중인 ‘지오지킴이’가 대표적이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의심 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은 일반적으로 시설 내 CCTV 영상 60일치를 일일이 살피며 구체적인 학대 정황을 찾아야 한다. 지오지킴이는 영상 속 등장인물의 표정을 ‘고통’, ‘슬픔’, ‘화남’, ‘행복’ 네 단계로 분류해 감정과 행동을 분석하고, 학대 상황을 신속하게 찾아낸다. 지난해부터 서울청과 경기남부청에서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선보인 ‘에이드(AIID) 시스템’은 실종자 수색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 노인이나 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인근 지역 CCTV 촬영 영상을 AI로 분석해 실종자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빠르게 검색하는 장비다. 검색에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수십초 수준으로, 실종자를 찾기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경찰청은 이번 박람회가 국내 치안산업체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 20여개국 경찰 대표단이 참여해 국내 치안산업 기업들과 1대1 수출 상담회를 진행한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국내 기업들이 우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판로를 확보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