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지병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의장은 6살 아래 동생의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동생이 대권 도전을 준비할 때부터 도왔고, 2007년 대선에 앞서 한나라당 후보 선출 경선 과정에서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 가교 역할을 하며 당 화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영일 출신인 이 전 부의장은 포항 동지상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미국 캠벨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코오롱 1기 공채사원으로 입사해 코오롱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고인은 1988년 총선 당시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경북 영일·울릉 지역구에서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다. 이때부터 내리 6선(13∼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한나라당 최고위원·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17대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인 2002년에는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급락하자 소장파 의원들과 함께 당시 박근혜 대표에게 천막 당사를 제안했다.
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 공개 활동을 자제했지만 주요 현안마다 막후 조율을 주도해 ‘만사형통’(모든 것은 형으로 통한다), ‘상왕’ 등으로 불렸으나, 2012년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영욕의 세월을 보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고인에 대해 “혈육관계 떠나, 열심히 국가를 위해서 일했다”며 애도했다. 그는 “어릴 때 참 힘들고 형제들이 많았는데 막냇동생인 저에게 ‘너도 대학 갈 수 있다’라고 늘 희망을 줘서 늦게라도 대학에 갔다”며 유년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어 “(고인이) 겸손하게 진정 국가를 위해 한다는 생각을 갖고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줬다”고 전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6시30분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신자씨와 자녀 지형·성은·지은씨, 며느리 조재희씨와 사위 구본천·오정석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