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는 4년 전과 달리 공화당 지지자들이 우편 투표 등 사전투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도 ‘불공정하다’며 사전투표를 결사 반대했던 2020년 대선과 달리 오히려 사전투표를 장려하고 있어 전체 판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대선을 약 2주 남긴 상황에서 이미 1700만명이 넘는 유권자가 우편이나 투표소 방문을 통해 사전투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등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급증한 사전투표는 이번 대선에서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허리케인 헐린 피해에서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7일 35만3000명 이상이 투표했다. 공화당 텃밭인 루이지애나에서도 지난 18일 사전투표 참여자가 17만7000명에 육박했다. 핵심 승부처인 조지아주는 지난 15일 사전투표를 개시한 이래 거의 매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이미 150만명 이상이 표를 던졌다. NYT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투표 습관을 영원히 바꿨으며, 사전투표가 미국 민주주의 절차의 영구적인 특징이 됐다는 분명한 징후”라고 평가했다.
특기할 점은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지지자들도 사전투표에 적극적이며, 공화당 역시 사전투표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사전투표 비율이 높았고,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편 투표를 비판했었다. 하지만 사전투표를 통해 적극 지지층의 표를 미리 확보한 뒤 남은 선거 기간에는 평소 투표를 자주 하지 않는 부동층의 투표를 독려한 민주당의 전략이 주효하자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사전투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할지는 불확실하다. 공화당의 사전투표 증가가 공화당 지지자의 전반적인 투표 참여 증가를 의미하는지, 팬데믹 우려가 사라진 민주당 지지자가 다시 투표소 투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고 NYT는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공화당이 민주당이 2020년에 누린 우위를 상쇄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캠프가 반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을 더 지지했던 라틴계 유권자들에게서 표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특히 라틴계 남성 유권자가 경합주의 승패를 좌우하는 유권자 그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개표가 완료되기 전에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완료 전 승리 선언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는 자원과 전문지식은 물론 그 문제에 대한 집중력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NY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가 빌 게이츠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원하는 민주당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중 하나인 ‘퓨처 포워드’에 약 5000만달러(약 690억원)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과거 정치 기부와는 거리를 둬 왔던 그의 방침에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