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평년보다 증가하는 등 기후변화 위기가 현실화된 지금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개인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박수진 한국기후변화연구원 실장은 23일 춘천 호텔베어스 소양홀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기후변화 재난·방재 토론회’에서 “지난달 강원지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3.3도 높았다. 폭염은 평년보다 2.7배, 열대야 일수는 4배 정도 늘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노출되는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기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과 기준 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라고 짚은 뒤 “다만 훌륭한 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국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 개인들이 변화하고 요구하고 참여하려는 자세가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열린 토론회 등을 통한 위기의식과 대응책 공유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개인들의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 실장 이외에 7명이 토론자로 나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영복 한림성심대 교수는 행정기관의 인력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공무원들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며 “예산을 더 배정하고 매뉴얼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종윤 춘천 시민연대 정책팀장은 “고향인 평창 진부에 가면 사람들이 농업에 대한 위기감을 이야기 한다. 올해 폭염으로 고랭지 배추 생육이 부진했던 일이 대표적”이라며 “장기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한규 강원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는 홍수가 발생했을 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방을 쌓았다”며 “홍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언제까지 제방 높이를 높일 수는 없다. 새로운 관점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철성 강원경제평화연구소장은 “발표자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은 종합적이고 예술적인 차원의 대응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학, 사회학, 행정학이 어우러진 가운데 시민사회의 참여가 더해지면 대책이 고도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나 소장은 강원특별법과 연계한 기후변화 대응책 고도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영식 자율방재단협의회장은 “우리나라는 재난 예방 예산은 복구 예산의 10%에 불과하다. 예산을 늘려야 한다”며 “도민들이 참여하고 이상기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이청초 한국방송공사 기자는 “취재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하소연한다”며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기후관련 취재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토론에 앞서 열린 특강에서는 최충익 강원대 교수가 ‘한국 근대사의 재난재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총론발제에서는 김경하 강원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이 ‘강원지역 기후변화와 재난재해 협력’, 신상범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재난정책과 지역의 거버넌스’, 김활빈 강원대 교수가 ‘위험사회의 재난과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김동주 도 안전정책과장은 “재난관련 부서에 근무가점을 주고 수당을 높이는 등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대안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난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강원도와 강원지방기상청이 주최하고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이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