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우크라전 파병에도 유엔 안보리 제재 불가능 ‘회의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주요국이 잇달아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사실을 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을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면 유엔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미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는 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 대한 새로운 유엔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관련 대북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질의에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확실히, 우리는 모든 국가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여기에는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북한군의 파병과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파병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해도 북한을 추가 제재하거나 압박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유엔 안보리 15개 상임·비상임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5개 상임이사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이 상정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제재가 불가능하다. 러시아와 북한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규탄 성명이나 결의안에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제동을 걸었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반대로 지난 4월30일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가 종료돼 대북제재 이행 감시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패널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미국·일본 등 11개국이 지난 16일 북한의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할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을 출범시켰지만 유엔 산하 공식 기구가 아닌 만큼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금융·경제 제재와 함께 무기 수출 금지조치 등이 포함된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했다.

 

북한이 2009년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1874호를 채택했다. 1874호는 무기 및 관련 물자에 대한 수출입 금지와 공급·제조·유지·사용과 관련된 금융거래, 기술훈련, 자문, 서비스, 지원제공 금지조치를 규정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핵·미사일 개발 교육을 막은 결의 2270호, 노동 허가 금지를 규정한 결의 2375호 위반소지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