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주력 사업이었던 백화점 대신 쇼핑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며 ‘유통 명가’ 재건에 나선다. 2030년까지 총 7조원을 투자해 ‘롯데’ 간판을 뗀 새 쇼핑몰 브랜드 ‘타임빌라스’를 전국 13곳까지 늘리는 한편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쇼핑몰 신규 출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일본과 한국의 유통시장을 보면 가장 성장률이 높은 채널은 백화점이 아닌 쇼핑몰이고, 향후 그 성장 가능성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같은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30년까지 국내 백화점은 매년 2% 성장하는 데 그치는 반면 쇼핑몰은 17%의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소비의 주체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고객 경험을 중요시한다. 단지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먹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쇼핑몰 중요성은 더 높아져 간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쇼핑몰 중장기 사업의 시작은 24일 그랜드오픈한 ‘타임빌라스 수원’이다. 백화점과 쇼핑몰의 경계를 무너뜨린 이른바 ‘미래형 쇼핑몰’로, 쇼핑·엔터테인먼트·문화·주거·업무 등 여러 요소를 한곳에 모은 복합쇼핑몰이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기존 백화점 면적의 70%를 바꾸고 240여개 브랜드를 신규 입점시킨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리뉴얼을 거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도 이날 타임빌라스 수원을 방문해 쇼핑몰 사업이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임을 강조했다.
이번 청사진을 위해 롯데백화점은 백화점과 아웃렛 사업을 염두해 확보해 왔던 인천 송도, 김해 등 9개 대규모 부지를 쇼핑몰 사업 부지로 활용한다. 수원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인천 송도와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북 전주에 신규 점포 4개를 세우고, 전북 군산점과 광주 수완점, 동부산점, 경남 김해점 등 기존 6개점을 타임빌라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몰로 운영하는 서울 은평점과 경기 수지점도 타임빌라스로 간판을 새로 달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 쇼핑몰 매출 6조6000억원, 시장 점유율 51%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 경우, 롯데백화점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현재 75%를 차지하고 있는 백화점 의존도가 60%까지 낮아지고, 1%를 차지하고 있는 쇼핑몰은 30%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이 공격적인 투자로 흔들리는 ‘유통 명가’ 타이틀을 확고히 할지 주목된다.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1조59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1% 감소한 152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많은 32개의 점포를 보유하면서도 뒤처지고 있다.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의 별도 영업이익은 1955억원, 현대백화점은 174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