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개막 이후 2연승 질주 김 감독 “선수들 정신 무장 효과” ‘원투펀치’ 이정현·이재도 활약
“우리보고 다들 6강 탈락 후보라고 하던데 막상 보니 나쁘지 않죠?”
김승기(사진) 고양 소노 감독은 24일 세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개막 후 2연승을 달리며 창원 LG, 서울 SK와 함께 1위에 올라 있는 프로농구 순위표를 보면 김 감독의 기분이 나쁠 리 없다. 특히 소노의 상대는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혔던 울산 현대모비스와 부산 KCC였기에 의미가 더 컸다.
김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우리를 약체로 평가했지만 스스로 어느 정도 성적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언제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소노를 이번 시즌 6강 후보로 보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리그 최고의 3점 슈터 전성현(32)은 창원 LG로 팀을 옮겼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찾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약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며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들 역시 김 감독을 믿고 있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이재도는 히든카드로 김 감독을 꼽으며 “뛰어난 셰프가 좋은 재료로 음식을 했으니 개막 이후엔 숙성된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소노의 2연승은 이정현(25)과 이재도(33)가 번갈아가면서 이끌었다. 첫 경기에서는 이정현이 40득점을 몰아쳤고, 23일 KCC전에서는 이재도가 28득점에 6개의 스틸을 곁들이며 훨훨 날았다.
김 감독은 “이정현과 이재도 둘 중 하나만 제 몫을 해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많다”며 “둘 다 터지면 어떨지 기대가 되지만 돌아가면서 한 번씩만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주면 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배출해 보겠다며 작업 중인 이정현은 KCC전에서 수비에 고전했다. 3점슛 9개를 던져 2개만 성공시켰고 득점도 14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김 감독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이 경기에서 이정현을 막은 선수가 바로 ‘터보 세컨드 주니어’로 불리는 김 감독의 둘째 아들 김동현(22)이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힘이 센 (김)동현이가 이정현을 잘 막은 것 같다”며 “와이프가 원하는 대로 아들은 열심히 뛰었고, 우리는 이겼기 때문에 기쁘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