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특별감찰관·北인권이사 흥정 말고 당장 추천하라

한동훈 대표, 연일 추천 필요성 강조
여야·대통령 네 탓 공방할 게 아니라
한·이재명 대표 회동서 꼭 합의하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특별감찰관 추천과 임명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한 대표는 그제 당 확대당직자회의에 이어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우리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것이고, 우리는 문재인 정권보다 훨씬 나은 정치 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한 기존 당 방침을 바꿔 특별감찰관을 바로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전날 “원내 사항”이라고 제동을 건 것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별감찰관 사안으로 여당 내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 그룹이 갈등을 빚는 듯한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한 대표는 전날 추 원내대표 발언을 겨냥해 “당 대표가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추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후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는데, 세력에서 우위라는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놓고 집권 여당이 계파를 나눠 내분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시국이 한가롭지 않다.



어느 정권이든지 대통령 주변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특별감찰관 존재가 달가울 리 없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8월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직한 이후 공석이 됐고 문재인정부 들어 5년 내내 임명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핑계를 댔으나 썩 내키지 않는다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엊그저께 윤 대통령도 한 대표와의 ‘81분 면담’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여야가 정치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꿔 네 탓 공방만 하고 대통령은 국회 핑계만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별감찰관 추천은 여당이 마음먹는다고 해서 될 일만은 아니다. 여야 합의로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게 돼 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라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도 강하게 요청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감찰 무풍’ 속에서 사고가 터지기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별감찰관 추천을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8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어느 정당보다 인권을 강조하는 정당 아닌가. 조만간 이뤄질 한 대표와 이재명 대표 간 회동에서 이 문제를 흥정하려 하지 말고 반드시 합의하길 촉구한다.